외국 여행/그리스, 터키('14.5)

터키 여행 26-23 (이스탄불 히포드롬, 오벨리스크) (2014.5)

남녘하늘 2016. 10. 1. 12:21

 

 돌마바흐체 궁전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시위 진압 복장을 한 경찰관을 입구에서 만났다. 물대포를 분사할 수 있는 차량까지 유명 관광지 앞에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오늘 이스탄불 시내에서 대규모 시위가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관광수익이 국가 재정에 많은 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 터키에서도 이런 대규모의 시위가 일어나는 모양이다. 볼거리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이런 시위 진압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스탄불 신시가지에서 구 시가지로 넘어 오는 길이 엄청나게 정체되어 있었다. 시위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로가 너무 막히지만 단체로 버스를 이용하고 있으니 방법이 없다. 그나마 터키에 와서 여행을 하는 동안에 길이 막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다른 여행을 잘했다고 자위해야 한다. 관광버스를 타고 천천히 지나가면서 주변 지역을 구경하는 것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이스탄불의 신시가지 지역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는데 버스에서나마 지나치며 살펴 볼 수 있었다.    

 

 

 

 

 길이 많이 막히긴 했어도 완전히 정체되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조금씩 움직여 갈라타 다리도 지나고 갈라타 다리를 지나자 마자 만나는 예니 자미도 지나게 된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이스탄불에서는 주로 유럽쪽 구시가지만 둘러 보았고, 겨우 오늘 아침에 처음으로 신시가지에 있는 돌마바흐체 궁전만 여행하다보니 갈라타 다리도 처음으로 건너게 된다. 어제 밤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걸어서 갈라타 다리를 한번 건너 보았을텐데 여행이 마음먹은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에 오면 갈라타 다리를 걸어봐야겠다.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열차 살인사건의 배경이 되었던 시르케지(Sirkeci) 역을 통과했다. 가이드가 미리 알려 주지 않고 지나가다가 설명을 하는 바람에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 시르케지 역은 소설 배경지로도 유명하지만 유럽을 종단하는 열차의 종착역으로서도 유명한 곳이다. 미리 알고 있었다면 지난번 산책을 나왔을 때 한번 둘러 보았어야 했는데 아쉽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아직도 운행되고 있는 오리엔탈 특급열차를 타고 프랑스까지 기차여행을 하는 것도 꿈꾸어 보고 있는데...  

 

 

 

 

 구시가지 안쪽으로는 대형버스를 세워 놓을 곳이 없어서 이스탄불에 처음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블루모스크가 보이는 뒷쪽에 있는 도로에서 하차해서 버스는 주차장으로 보내 놓고 근처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블루모스크의 뒷길이지만 이곳도 유명 관광지와 바로 인접한 지역이어서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 상점, 카펫과 조명들 판매점 등이 있다. 여행객도 엄청나게 많이 있고 구시가지의 뒷길이라고 해도 엄청 깔끔하고 매력적인 장소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찬찬히 둘러 보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아쉽다.     

 

 

 

 

 

 

 이번 터키 여행에서 먹게 되는 마지막 점심이다. 이번에는 기분 좋게 한식이 아닌 현지 식당을 이용하게 되었다. 식당입구에 하랄푸드(HALAL FOOD)라는 표시판이 붙어 있었다. 하랄푸드는 이슬람의 율법에 의거하여 이슬람교도들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과일과 야채 그리고 모든 곡류와 육류를 뜻한다. 하랄(HALAL)은 이슬람말로 허용된다는 뜻인데, 이슬람식 알라의 이름으로 도살된 고기(주로 염소고기, 닭고기, 소고기)로 사용한 것이 하랄푸드이다. 하랄푸드가 전세계 음식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요즘 우리나라 식품회사들도 회교국가에 상품을 수출하기 위해서 하랄푸드 인정을 많이 받고 있다고 들었다. 기분좋게 현지 음식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술탄아흐메트(Sultanahmet) 광장으로 이동한다. 식당과 술탄아흐메트 광장은 가까운 거리여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었다. 오후에는 이스탄불 시내 마지막 관광으로 블루모스크와 소피아 성당 등 술탄아흐메트 광장 일대를 둘러보는 일정이다. 그간 밤에만 술탄아흐메트 광장에 따로 나와서 거리 구경만 하고 가곤 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가보고 싶었던 곳을 방문하게 된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이 블루모스크 앞쪽에 있는 히포드롬(hippodrome)광장이다. 블루모스크와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히포드롬 광장은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언제나 붐비는곳이다. 196년에 지어진 로마 시대의 고대 경기장 터로, 경기장은 10만 명 정도 수용 가능한 규모였고, 중앙에는 세계 각지에서 가져온 기둥이나 조각상 등이 있었다. 13세기 초 십자군의 침입으로 대부분의 유적이 파괴 되었고, 이곳에 있던 각종 기둥과 돌들은 블루모스크의 건축자재로 사용되어 당시의 웅장한 모습은 사라지고 없다. 현재는 기둥 일부만 남았고, 경기장의 모습보다는 공원, 광장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현재 이 곳에는 아주 귀중한 세 개의 기념비가 잘 보존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테오도시우스의 오벨리스크(The Obelisk of Theodosius)이다. 서기 390년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이집트 룩소르의 카르나크 신전에서 이곳으로 가져온 것으로, 원래 길이는 60m, 무게는 800톤에 이르렀기 때문에 옮기는데 어려움이 많아서 셋으로 잘라낸 윗부분만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현재 기단 6m를 포함한 오벨리스크의 높이는 26m인데 그럼에도 그 시절에 어떻게 이집트에서 여기까지 이 큰 기둥을 옮겨왔을지 상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고대 이집트의 상징이었던 오벨리스크 중 대부분은 침략자들에 의해 외국으로 반출되어 정장 이집트에는 몇 개의 오벨리스크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오벨리스크의 기단에는 당시의 새긴 조각작품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미술사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아야소피아 박물관을 향한 북동쪽의 아래쪽에는 오벨리스크를 세우는 작업이 조각되었고, 위쪽에는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작업을 구경하는 모습을 새겼다. 북서쪽으로는 무릎을 꿇은 이방인에게서 충성서약을 받는 네 명의 황제 가족을 조각했고, 아래쪽에는 이 오벨리스크를 세우게 된 과정을 설명한 그리스어 비문이 있다. 남서쪽 아래에는 전차경기 모습을, 상단에는 경주를 구경하는 황제를  조각해 놓았다. 기원전 1490년경에 만들어져 수많은 전쟁과 변화 속에서도 이렇게 잘 보존된 것도 그저 신기하다.   

 

 

 

 

 히포드롬 광장의 남쪽 끝에는 외관이 조금 지저분한 오벨리스크가 하나 더 있다. 4세기 콘스탄티노스 대제 때 세운 32m 높이의 오벨리스크로 당시에는 대리석에 금박 청동 장식을 입힌 아름다운 모습이었는데, 이곳을 점령했던 십자군이 무기를 만들기 위하여 장식물들을 떼어내는 바람에 심각한 정도로 훼손되었다고 한다. 이후 콘스탄티노스 7세 황제가 대대적으로 보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라한 모습이 남아 십자군의 만행의 흔적을 전하고 있다. 옆에 있는 테오도시우스의 오벨리스크와는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     

 

 

 


 테오도시우스의 오벨리스크 앞쪽으로는 3마리의 뱀이 몸을 휘감고 올라가는 형상의 청동제 기둥인 오르메 수툰(Orme Sutun)이 서 있다. 이 기둥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앞에 있던 것을 서기 330년 콘스탄티노스 대제의 명에 따라 이곳으로 옮겨졌다. 이 기둥은 479년 그리스와 페르시아 간에 벌어진 플라테이야 전투에서 31개의 그리스 도시국가들로 구성된 연합군이 페르시아군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페르시아군인들의 청동방패를 녹여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기둥의 밑부분에는 31개의 그리스 도시 이름이 새겨져 있다. 원래 훨씬 거대한 이 기둥에 세 개의 뱀머리가 황금으로 된 가마솥을 받치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뱀의 머리조차 짤린채 일부만이 남아 있어서 아쉽다.   

 

 

 

 

 우리 일행이 점심을 먹고 히포드롬 광장 입구쪽에서 들어가지 않고 중간 골목길에서 들어갔기에 광장 입구쪽으로 나오니 독일의 빌헬름 2세가 만들어주었다는 독일 분수(또는 독일 정자)가 나왔다. 팔각지붕에 아름다운 모자이크 장식이 특이한 독일 분수는,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1901년 터키를 방문해 독일과 오스만 제국의 동맹을 축하하는 의미로 기증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터키가 독일편에 서서 싸우는 불행한 사태가 이런 일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때 잘못된 판단으로 세계대전 이후 터키는 많은 것을 잃게 되는데 그것은 터키의 정치 이야기이고, 남아 있는 독일분수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남아 있다.    

 

 

 

 히포드롬 광장은 13세기 초 십자군의 침입으로 대부분의 유적이 파괴 되었고, 이곳에 있던 각종 기둥과 건축물은 블루모스크의 건축자재로 사용 되어 당시의 웅장한 모습은 사라지고 없다. 지금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어, 현지 주민이나 여행에 지친 관광객의 휴식의 공간이 되고 있다. 잠시 여유시간이 주어져서 현지인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터키 사람들도 우리 나라 사람만큼이나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조상의 뿌리가 비슷하다는 것이 이런 성향까지 비슷하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히포드롬 광장을 중심으로 앞뒤로 블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 성당이 마주보고 있고 그 뒤쪽으로 첫날 방문했던 톱카프 궁전이 자리잡고 있다. 이 지역은 터키의 비잔틴 제국부터 오스만 터키 제국까지의 살아있는 역사가 여기에 모여 있는 곳이다. 광장의 곳곳을 둘러보고 이제 광장 바로 옆으로 담하나 사이에 있는 블루모스크로 이동한다.      

 

 

 

 

(2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