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고베마라톤('13.11)

고베마라톤 10-6 (주로풍경) (2013.11)

남녘하늘 2016. 3. 10. 00:17

 

  드디어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출발 순서는 A그룹부터 시작해서 H그룹까지 그리고 별도의 Q그룹까지 풀코스 참가자18,000여명이 순서대로 출발하게 된다. 출발 신호가 떨어져도 C그룹 바로 앞쪽에 있었전 우리가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는데까지는 시간이 꽤 많이 걸렸다. 후미가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는데에는 30분 이상이 걸릴 것 같다. 이번 고베쿄마라톤은 대회 참가 인원이 2만 411명이라고 대회 주최측에서 발표했다. 나도 그 숫자중에 하나인데, 엄청난 숫자의 주자들이 물 흐르듯이 고베시청 앞을 빠져 나간다. 모두 대회자체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마라톤 코스는 고베시청을 출발하여 중화거리인 난킨마치를 지나고 철인28호 로봇전시관을 지나 아카시대교까지 가서 반환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포트타워가 있는 하버랜드와 고베대교를 지나 포트아일랜드로 들어가서 최종 목적지인 시민광장으로 드어가는 코스이다. 오늘 대회에는 약 2만명이 참여 했으며(풀코스 1만 8천여명, 쿼터 2천여명), 이 대회에도 젊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참 부러운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출발하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내 사진은 찍지 못하고 함께 달린 동료들 사진을 몇장 찍어 주었다. 오늘 달리면서 내 사진은 엄청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함께한 동료들은 달리는 속도가 개인별로 차이가 있기때문에 중간에서는 각자 달리고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서 어제 미리 만나기로 약속했던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다른 해외마라톤 대회에 참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매 km를 6분의 속도로 달려 4시간 12분 정도의 목표로 달릴 생각이다. 달리면서 사진도 찍고 풍광도 보고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화답을 해주면서 즐겁게 달릴 생각이다. 해외에 와서 기록을 욕심내면 즐거운 달리기가 되지 못한다. 3km정도 달리니 규모가 커 보이는 신사같은 건물이 나왔는데 그냥 지나쳐버려 정보가 없다.    

 

 

 

 대략 7km 지점인 고베시영지하철 신나가타(新長田)역을 조금 지나면 와카마츠(若松) 공원에 설치된철인 28호 로봇 조형물이 나온다. 고베 출신의 만화가 요코야마 미츠테루(橫山光輝)의 작품으로 어린시절 많이 보았던 만화여서 시간이 되면 한번 구경을 오려고 했었는데, 이 조형물 하나를 보기 위해 오기에는 시간이 없어서 오지 못했는데 달리면서 지나게 된다. 요코야마 미츠테루는 요술공주 샐리, 바벨 2세, 철인 28호, 삼국지 등 내가 좋아했었던 작품을 남긴 작가다. 응원객은 많고 주로에 사람이 많아서 철인 28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지 못하고 달리면서 조형물 사진을 한장 찍었는데 주로의 동쪽편에 있어 역광으로 찍히는 바람에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 언제 다시 와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철인 28호 모뮤멘트는 2009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주로가 너무 좁아서 초반부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내가 멈추어 서면 나를 따라서 달리던 사람이 엄청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가 없어서, 더구나 내가 한국말을 사용하는 한국인인데 나때문에 예의없는 한국사람들이라고  싸잡아 욕을 먹게 될까봐 초반에는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다. 도심을 조금 벗어나면서 사람들이 앞뒤 간격이 조금씩 벌어지고 내가 멈추어서도 불편하지 않을 위치에 가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워낙 응원을 나온 시민들이 많이 있어서 사진을 부탁하면 아주 좋아하면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주로는 언덕이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었다. 간혹 고가도로가 있기는 했지만 힘이 든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어서 기록 욕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도전해볼 만한 주로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주로의 폭이 좁아서 추월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좁은 주로를 주자들이 가득 메우고 달리고 있는 중이다. 11월 말의 날씨지만 날씨가 포근해서 달리기에는 오히려 조금 덥다는 느낌이 들었다.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서 달리기 복장을 여러개 준비해 왔는데 반팔 셔스를 입고 달리니 큰 무리가 없다.    

 

 

 

 

10km 지점의 급수대 앞이다. 초반에 사람에 밀려서 천천히 왔더니 55분 정도가 걸렸다. 9km를 지날 때부터 해안을 따라서 달리게 되어 멋진 바다를 바라보면서 달릴 수 있다. 도로와 해안 사이에는 전철이 지나는 철도가 있어서 전철을 타고 가도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도로 폭이 생각보다는 많이 좁아서 사람들을 추월하기도 쉽지 않고 그냥 물흐르듯이 따라 가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 때문에 참가 인원을 더 늘리는 것도 힘들 것으로 보였다.          

 

 

 

 

 12km 지점을 통과하면서... 달리는 동안 주로표시를 눈에 띄게 잘 해 놓아서 내 스스로 속도 조절을 할 수 있었다. 해변을 따라서 바닷가를 뛰게 되니 맑은 공기로 인해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우리나라 대회에서 이렇게 바닷가를 바로 접하고 달릴 수 있는 대회에 참가해 보지 못해서 바닷가를 달리는 고베마라톤 대회가 좋았다. 주변에 사람이 살고 있는 거주지가 없어서 응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전체 구간에서 가장 기분 좋게 뛰었던 것 같다. 생각을 버리면서....   

 

 

 

 

 

 고베 마라톤 코스는 전체 구간의 70% 이상이 바닷가와 가까운 곳을 달리지만 특히 10km부터 25km까지는 거의 바다를 옆에 두고 달리게 된다. 물론 중간 중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구역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지만 그 구간을 지나면 다시 바다가 보인다. 도로 표지판에 일본의 성(城)중 유명한 히메지(姫路)가 44km 남았고, 아카시(明石)까지는 8km 남았다고 되어 있다. 여유가 있다면 모두 가보고 싶은 곳인데 많은 사람과 함게 가기에는 도심에서 너무 멀다.   

 

 

 

 

 15km 지점을 지날 때부터 선두권의 주자들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왕복 2차로의 주로를 한쪽씩 이용하고 있는 구간이어서 갈수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많아서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주자를 추월하기 위해서 반대편 주로를 넘어가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할 정도로 서로간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멀리 보이는 흰색 교각의 아가시(明石) 해협대교가 대략 17.5km의 1차 반환점이다. 

 

 

 

 

 아카시(明石) 해협대교가 가까와졌다. 효고현 고베와 아와지(淡路)섬을 이어주는 다리로 세계에서 제일 긴 현수교라고 한다. 아가시해협 대교의 주교각 사이의 길이는 무려 1,991m나 되고, 다리의 길이는 3,911m이다. 주탑의 높이는 298.3m인데 우리나라 63빌딩 보다도 높은 셈이다. 어제 저녁식사를 초대했던 석삼봉 사장 집에 이곳에서 멀리 않은 곳에 있어서 꼭 놀러 오라고 해서 관심이 있었던 다리인데, 짧은 여행기간에 직접 오지 못하고 이곳 역시 달리면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다리 하단부에는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는 관람로를 만들어 놓았다고 했는데 다음에 고베에 올 때 한번 가 보아야 할 듯하다.   

 

 

 

 

  반환점인 17.5km 지점에 아카시(明石)해협대교 아래에는 엄청난 응원객이 모여서 응원을 하고 있었다.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로 구성된 응원단이 율동과 노래를 불러 주면서 힘을 불어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주자들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응원을 하려면 어린 아이들에게는 꽤 힘든 일인텐데, 좌석까지 만들어 놓고 열심히 응원을 했다. 가장 기분 좋은 응원을 받았다는 생각에 아이들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남겼다.      

 

 

 

 

 

 오늘 주로에는 약 60만명 정도의 응원객이 나왔었다고 주최측에서 밝혔다. 실제로 그만큼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수많은 사람들이 주로에나와서 응원을 해 주었다. 또한 자원봉사자가 수없이 많이 배치되어서 주로 관리와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3번째 개최되는 대회에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와서 응원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서울의 대회와 너무나 비교가 되어서 많이 부럽다. 급수대에서 빵을 한조각 먹으면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니 함께 찍자고 해서 자원봉사를 하는 어린 친구들과 함께 찍었다.   

 

 

 

 

 오늘 대회는 풀코스와 쿼터(10.6km)의  두 부문에서 경기가 치뤄졌다. 쿼터부문의 결승점은 시청에서 10.6km 떨어진 스마우라(須磨浦)공원이다. 반환을 해서 돌아오면 24km를 조금 지난 지점이기도 하다. 쿼터를 달린 사람들은 대충 대회를 마치고 정리를 하고 나오는 중이었다. 아마도 10.6km를 맞춘 것은 스마우라(須磨浦)공원이 그 지점에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주로 폭이 좁아서 이 공원이 아니면 쿼터코스를 만들 수 없었을 것 같다. 오늘 쿼터 부문에는 2천명이 참가했었다. 쿼터 코스 결승점 근처에는 일본 무사와 병졸 복장을 하고 응원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그런 복장을 한 듯하다.     

 

 

 

 

 

 드디어 30km 지점에 도착했다. 통과시간은 2시간 58분 정도로 내가 예상했던 속도로 달리고 있다. 이제 남은 거리는 12km인데, 내가 가끔씩 찾는 서울의 남산 북측 코스 2회전을 달리면 되는 거리가 남았다. 오늘은 속도를 높이지 않고 천천히 달렸기 때문에 30km 지점에서도 그다지 힘들거나 지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지금까지는 해안을 끼고 달려 왔는데 이제부터는 다시 고베 도심 구간을 7km 정도 달려야 한다. 30km 지점에서는 급수만 지원하고 있었고, 5km를 더 가야 음식과 바나나가 지원된다.   

 

 

 

 

 공동 복장을 갖추고 응원하고 있었던 응원단, 이들 때문에 즐겁고 힘을 받고 더 즐겁게 달릴수 있다. 함께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는 사람이 없었는지 함께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니 너무나 좋아한다. 달리면서 서로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들 달리기에만 열중하고 있고 나처럼 카메라를 들고 뛰는 사람이 없으니 이런 즉석 이벤트를 하지 못하는 듯하다. 요즘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어서 스마트 폰을 들고 뛰어도 디카를 들고 뛰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하여간 서로에게 기쁨을 주고 지나친다. 

 

 

 

 

35km 지점의 급수대 모습이다. 음료수 이외에 여러가지 먹거리가 준비되어 열량을 보충해서 남은 7km를 달릴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빵처럼 생긴 과자부터 바나나, 초코렛, 사탕 등 다양한 먹거리가 제공되었다. 나중에는 먹을 것이 너무 많아서 대회를 마치고 나서 점심을 먹지 않다도 될만큼 충분하게 제공되었다. 기록에 욕심이 있을 때에는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먹지 못하지만, 오늘처럼 기록에 신경쓰지 않고 즐겁게 달리게 되면 주로에서 주는 먹거리는 모두 먹으면서 달릴 수 있다. 

 

 

 

 

 

 35km 지점을 지나면 다시 고베의 시내 중심지로 돌아오게 된다. 그동안 달렸던 해변가와는 또 다른 도심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어제 돌아다녔던 난킨마치(,南京町)도 지나치게 되고  모자이크 쇼핑센터 옆으로도 지나가게 된다. 평소 같으면 달릴 수 없는 도심의 대로를 두발로 뛰어가게 되니 기분이 좋다. 중간 중간 응원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세련되어 있고, 체계를 갖추어 응원을 하고 있다. 건물과 가로수가 정겨움을 느끼게 해 주었던 구간이었다.  

 

 

 

 

 

 

37km를 지나니 고베 대교가 나온다. 이제 결승점까지 대략 5km 남짖 남아 있다. 다리를 지나야 하기 때문에 마라톤 코스중 가장 고도가 높아지고 그만큼 힘이 들기 시작했다. 이 대교를 지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해안을 달려도 거의 언덕이없는 코스여서 힘이 들지는 않았었다. 주로 옆으로 언뜻 고베 포트타워가 보여서 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장 찍고 지나쳤다. 고도가 높아져서 달리기에도 힘이 드는데 다리인지라 응원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흥이 나지 않는다. 그동안 걷지 않았던 주자들이 이 구간에서는 많이 걷기 시작했다. 인공으로 조성된 섬인 포트 아일랜드와 연결되는 빨간 구조물의 고베(神戶) 대교를 건넌다. 

  

 

 

 

 

 

 다리가 끝나는 지점에 38km 표시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제 남은 거리는 4km로 걸어가도 결승점을 통과할 수 있다고 느껴진다. 더구나 이제 이 내리막만 내려가면 완전히 평탄한 인공섬인 포트 아일랜드의 주로를 달리게 된다. 고베마라톤은 제한 시간이 7시간으로 우리나라 대회보다는 2시간이나 더 준다. 중간에 9개의 관문을 만들어 놓고 제한시간에 통과하지 못하면 바로 회수차를 타게 만든다. 시간은 넉넉하게 주지만,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바로 버스를 타야 하고 주자들은 그 규칙을 철저하게 따른다. 38.7km 지점에 9번째 관문이 있는데 제한시간은 6시간 22분이었는데 나는 3시간 55분에 통과했다.   

 

 

 

 

39km지점은 포트 아일랜드의 해변을 지나게 되어 있었다. 인공으로 만든 섬이어서 바다와 접하는 부분은 난간으로 마무리 되어 있었고 바로 깊은 바다로 연결되는 모양이다. 바다 건너로 어제 구경했던 고베타워를 비롯해서 메리켄 파크, 하버랜드가 보였다. 해안 바로 앞쪽에는 고베마라톤 대회를 축하하는 배 한척이 떠서 해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분수처럼 물을 뿜어 주고 있었다. 23km 지점에서는 어선들의 웅원이 있었다는데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이곳에서는 배가 바로 앞쪽에서 보이고 프랜카드까지 달아 놓아서 관심을 갖고 확인할 수 있었다.   

 

 

 

 

 

  포트 아일랜드에 들어와서는 주로를 조금 돌게 만들어 놓았다. 포트 아일랜드는 20여년전 1995년 한신대지진(고베대지진)에서도 건재했던 인공섬이다. 1980년대 고베시는 길게만 길게만 뻗어가는 고베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불어나는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공섬을 택했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섬이 포트 아일랜드다. 도로도 반듯반듯하고 폭도 엄청 넓어서 계획도시임을 느낄 수 있다. 가로수가 아직 고목이 아닌 것으로 봐서 오래된 도심이 아니란 것도 느낄 수 있었고... 포트 아일랜드를 빙 돌아서 가니 이제 결승점이 1km도 남지 않았다.      

 

 

 

 

 바로 앞쪽에 결승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 사람들의 응원 문화는 정말 대단했다. 고베 시민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 응원을 나온 듯 했다. 마라톤 공식 홈페이지에는 대략 58만 5천5백명이 연도에 나와서 응원을 했다고 공지가 되어 있었지만 그것은 부풀려 놓은 숫자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유치원생부터 초중고등학생과 일반시민들이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응원을 하고 있었다. 결승점을 앞두고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나와서인지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 결승점이 보이는데다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니 힘이 다시 생긴다. 너무 열심히 달리는 바람에 결승점을 앞두고 사진 한장 찍는것 조차 잊어버리고 통과해 버렸다.    

 

 

 

 

 4시간 17분 40초의 기록으로 129번째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초반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빨리 달리지 못했고, 주로가 좁아서 중간에 추월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기록이 그다지 좋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록을 생각하고 달렸다면 카메라를 들고 뛰지도 않았을 것이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 멈추지도 않았을 것이다.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고 즐기려고 왔기에, 이 대회에 참가한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 고베의 중심도로를 두발로 달려 보았고, 사진도 많이 찍고 달리면서 많은 추억을 담아가지고 왔다.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것이다.

 

 

 

 

 고베 마라톤 대회도 결승점을 지나고 나서 바로 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승점 뒤에도 동선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참가자를 걷게 해 준다. 힘들게 달려온 사람들의 근육을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셈이다. 이후 물품 보관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참가메달과 물 등 기념품등을 차례로 나눠준다. 오늘 대회에서는 마라톤의 강국인 캐냐나 이디오피아 선수를 초청하지 않았는지 일본 사람이 차지했다. 1등은 2시간 17분 1초의 기록으로 아라이 히로노니(新井 広憲)가 차지했다.   

 



 고배 대회에서는 음료수부터 나눠주지 않고 완주 기념 대형수건을 가장 먼저 지급했다. 오늘 늦가을이었지만 날씨가 포근해서 달리는 사람은 더웠고, 결승점을 통과하도고 춥지 않았지만, 결승점이 바다 한가운데 있는 인공섬이어서 날씨가 추울 것을 대비해서 수건으로 체온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승점 통과하고도 한참 동안은 주자들만 이용할 수 있을 뿐, 응원나온 가족이나 친구들은 이곳에 들어올 수 없게 되어 있다. 가족은 한참 뒷쪽에서 기다리고 있다.

 

 

 

 

수건을 나눠준 다음으로는 완주메달을 주자들에게 일일이 걸어주고 있었다. 탁자 위에 완주메달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지나가는 주자들에게 목에 걸어 주고 있었는데 조금은 무성의해 보였다. 대회 중에 거슬리는 한가지 풍경이다. 차라리 탁자위에 수북하게 쌓아놓지 않고 고리같은 것에 걸어 두었다가 나눠 주었으면 무성의해 보이지는 않았을텐데... 아니면 우리나라처럼 그냥 봉지 속에 넣어둔 채로 나눠주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오늘도 메달을 목에 걸어주는 바람에 완주메달을 걸고 사진을 한장 남길 수 있었다.  

 

 

 

 

 완주 기념 수건과 완주메달을 지급하고 나서 물과 간단한 간식을 비닐백에 넣어서 나누어 주고 있었다. 오늘 달리는 주로에서 먹거리를 많이 준비해 놓았고 달리면서 많은 것을 먹었기 때문에 결승점에 들어와서는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다만 저녁때까지 식사를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챙겨 두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자원봉사자에게 사진을 한장 같이 찍자고 하니 굉장히 좋아한다. 어찌되었든 그 친구들이 보았을 때는 나도 외국인이니까....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서 주변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나보다 몇 분 늦게 문희형이 도착했다. 이렇게 비슷한 시간에 들어 올줄 알았으면 주로에서 만나서 함께 뛰면서 사진을 찍어 드리면서 왔을텐데 중간에 그런 상황을 알지 못하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나마 결승점에서라도 만나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다른 사람이 보면 함께 달린 줄 알았을 것 같다.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는 몇일간 국제전시장을 임차해서 사용하는 모양이다. 공간이 넓어서 대회를 주관하기에 너무나 좋았다.    

 

 


 

 

 건물 내부에 있는 물품보관소로 이동하니 보관했던 차량별로 보관장소를 구분해서 정렬해 놓았다. 넓은 공간에 가지런히 정렬해 놓아서 주자가 다가가기도 전에 배번을 확인하고는 바로 품품을 찾아서 갔다 주었다. 자원봉사자를 많이 배치해 놓아서 주자들의 편의를 엄청 고려했다고 생각한다. 원래 국제전시장의 전시 공간인데 대회를 위해서 물품보관소로 운영하고 있는 듯하다. 날씨가 포근해서 괜찮았지만 날씨가 추웠다면 상대적으로 상당히 효과가 있었을 공간이다.  물품보관소 바로 옆 전시장은 옷을 갈아 입는 공간이다.     

 

 



 이곳 역시 엄청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텐트 한두동 덜렁 설치해 놓고 복잡하고 냄새나는 가운데 옷을 갈아 입으라고 하는 우리나라 마라톤 대회와 상당히 비교가 된다. 넓은 공간에서 휴식도 취해주면서 옷을 갈아 입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일본 사람 특유의 깨끗함이 이곳에서도 보인다. 이미 우리보다 빨리 들어왔던 주자들이 옷을 갈아 입고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탈의실로 사용하고 있는 공간이 깨끗해서 누워도 상관없을 정도다. 앞선 사람들을 따라서 우리도 깨긋하게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쓰레기도 모두 챙겨서 가지고 나왔다.   

 

 

 

 

 

 옷을 갈아 입고 나서 회원들과 만나기로 약속했던 장소로 이동했다. 탈의실 까지는 대회 참가자만 있을 수 있고 건물 밖으로 나와야 기다리고 있는 가족과 지인을 만날 수 있다. 내가 함께 참석한 우리 일행 중에서는 중간 정도의 기록으로 들어 왔기 때문에 후미 주자가 들어올 때까지 광장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오늘 마라톤을 마치고 나면 옷만 대충 갈아입고 다른데 들리지 않고 1시간 남짖 떨어져 있는 아리마온천으로 이동해서 온천욕을 하고, 그곳 구경도 하고 올 계획이다. 고베의 경찰관들이 한쪽에서 봉사를 하고 있어서, 한국의 현직 경찰이 종호형님과 함께 사진을 찍어 주고 나도 함께 찍었다.            

 

 

 

 

  

 

(7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