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고베마라톤('13.11)

고베마라톤 10-8 ( 도토쿠야마:堂徳山 아침산행 등 ) (2013.11)

남녘하늘 2016. 3. 12. 00:19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하기전에 호텔 뒷쪽에 있는 산에 한번 올라가 보기로 했다. 우리처럼 어제 마라톤 풀코스를 뛰고 다음날 고베에 와서 산에 올라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왔더라도 도심을 돌아다니기에도 바쁠 것이고, 또 과격한 운동을 하고 다음날 돌아다니는 것이 힘들어 나가지 못할텐데 다들 체력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어서 부지런을 떨게 되었다. 여행책자나 고베시에서 나온 안내지도에도 도심만 자세히 안내하고 있었을 뿐, 산으로 올라가는 방법이나 코스를 설명해 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산에 다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무작정 관광지도의 방향만 파악하고 호텔 뒷산을 오르기로 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서 산쪽으로 조금 이동하니 주거지가 끝나면서 산자락이 시작되었다. 당초 계획으로는 지도에서 확인했던 비너스 브리지(Venus bridge)를 찾아서 뒷산에 올라가 고베 시내를 내려다 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도가 정확하지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일단 산아래까지 가 보기로 했다. 산 아랬쪽으로 가니 '고베클럽'이 나왔다.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문을 닫혀 있었는데 고베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입장 가능한 모양이다. 문 한쪽에 '본클럽 회원 이외의 자는 출입을 금합니다. 고베외국클럽'이라고 쓰여 있었다. 사교장인 모양이다. 우리도 외국인인데...  

 

 

 

 


 좁은 골목길을 계속해서 올라가니 골목 끝에 조그만 기타노초니시(北野町西)공원이 나왔다. 간단한 운동기구가 놓여져 있었는데 이른 아침이어서 아직 공원에 나와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야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를 물어볼텐데 이동중에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그냥 산에 올라가는 길이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공원에 안내판을 살펴보니 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어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일단 한번 올라가 보기로 하고 이동했다.  

 

 

 

 

 


 조금 더 산쪽으로 올라가니 도토쿠야마(堂德山)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었다. 당초 지도를 보고 올라 가려고 했던 산은 이카리야마(錨山)나 시쇼잔(市章山)이었는데 조금 더 오른편에 있는 도토쿠야마(堂德山)에 오르게 되었다. 고베 시내를 감싸고 있는 3개 지명의 산에는 한밤에 고베시의 엠블렘(가운데)과 항구도시임을 나타내는 닻(왼쪽)과 배(오른쪽) 모양을 전구로 밝힌 장식이 설치되어 있는 산이다. 특별히 어떤 산을 정해 놓고 오르는 것이 아니어서 그냥 올라가기로 했다. 산을 올라가는 초입에는 멧돼지를 비롯한 동물들이 인가로 내려 오지 못하게 철망을 쳐 놓았고, 등산로에 문을 만들어 닫아 놓았는데 출입하고는 다시 닫고 가라고 안내판에 써 놓았다. 일본에서는 이런 식으로 멧돼지의 도시 진입을 막고 있는 모양이다.           

 

 

 

 

 

 도토쿠야마의 초입은 경사가 상당히 심한 편이었다.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사방댐도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산에 올라온 가장 큰 이유가 산위에서 고베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을까하는 것이였는데 숲이 우거져서 산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지역이 별로 없었다. 바위산이어야 조망이 좋은데 숲 사이로 언듯 언듯 도심이 내려 보였을 뿐이고, 그나마 조금 올라가니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다. 숲이 많이 우거져 있어서 산책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산이다.    

 

 

 

 

 

 

 시내 조망은 포기하고 그냥 숲길을 산책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안쪽으로 올라갔다. 혹시 더 올라가면 차가 다니는 도로라도 나올까 싶어서 한참을 올라갔는데 우리가 가는 곳으로는 도로가 연결되지 않는 모양이다. 중간 중간 국유림 치산사업과 관련된 안내판이 되어 있었는데, 단순히 나무만 심은 것이 아니라 숲을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산림토목공사를 많이 하고 있는 모양이다. 숲이 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었다.           

 

 

 

 

 

 경사지를 한참 올라가니 능선길이 나와서 능선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다가 되돌아 왔다. 간단히 아침에 산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 보려고 온 것이기 때문에 등산을 하듯이 멀리까지 갈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올라갈 때 갔던 길이 아닌 다른 능선으로 내려 왔다. 내려 오면서 보니 다시 도시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는 한다. 도토쿠산에서 도심을 내려다 보려면 낙엽이 떨어진 겨울철에 와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한 숲길 산책을 잘하고 내려왔다.    

 

 

 

 

 

 

 마음먹고 정상까지 갔으면 도시를 내려다 볼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산행이 목적이 아니어서 그냥 근교 산에 올라 아침 산책을 했다. 올라갈 때와 마찬가지로 산 아래쪽은 바로 마을과 연결되어 있다. 숲에서 볼 수 있는 나무들은 우리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수종과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 대신 나무를 대충 심어 놓은 것이 아니라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다.

 

 

 

 

 2시간 정도의 산행을 마치고 도토구야마를 내려 온다. 고베의 유명한 산을 오른 것은 아니었지만, 함께 한 일행들이 의기투합으로 고베에 와서 산까지 올라가 보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도심과 바로 붙어 있는 산이어서 주민들이 이용하기 좋은 것으로 보였는데 월요일 새벽이었기 때문에 산에 오르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산책로는 잘 만들어져 있었고, 중간 중간 안내판과 지도가 있어서 산에서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올라갈 때와는 달리 햇살이 눈부시다. 골목으로 내려 와서는 중간 중간 달리기도 준다.    

 

 

 

 


 산에서 내려 오는 길에 커다란 절이 눈에 띈다. 어떤 곳일까 궁금해서 다가가 보니 죠후지(淨福寺)라고 명패가 붙어 있고,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문이 닫혀있다. 특이하게도 절 대문 앞에 지장보살들이 모셔져 있다. 닫힌 문 위로해서 절 안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규모가 제법 있는 절이다. 절 담장과 위 축대사이 골목길이 고즈넉함이 느껴진다. 죠후지가 있는 이 거리가 오후에 우리가 방문할 키타노 이진칸(北の異人館) 의 외곽지역이었다.    

 

 

 

 

 꾸불꾸불한 골목길을 벗어나 큰 길가로 나오니 산에 올라갈 때 지나쳤던 길이 다시 나왔다. 지나쳐 온 골목에는 작은 주택과 아담한 주택들이 이어져 정겨워 보이고, 골목길은 너무나 깨끗했다. 살고 있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반가움을 표했을텐데 살고 있는 주민을 거의 보지 못해 아쉽다. 큰 길가에 유럽의 멋있는 저택같은 분위기의 교회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고베 키타노 호텔이라고 되어 있다. 참 아담한 느낌의 호텔로, 밖에 팻말이 없었다면 호텔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름 개성있게 만들어 놓았다.   

 

 

 

 

 

 가볍게 아침 산행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아침 산책이 조금 길어졌고 산에 열심히 올라 갔다 왔던지라 아침식사를 더 맛있게 먹었다. 고베 B호텔의 조식도 다양한 음식을 준비해 놓아서 입맛에 맞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체크아웃하면서 시내구경을 하기 위해서 호텔에 가방을 맡겨 놓았다. 오늘도 편안한 마음으로 호텔 주변에 있는 이쿠다진자(生田神社)와 호텔에서 그다지 멀지 않는 기타노이진칸(北の異人館) 거리는 돌러볼 계획이다.  

 

 

 

 

 호텔에서 걸어서 5분거리도 되지 않은 이쿠타진자(生田神社)를 먼저 방문했다. 고베에 오면서부터 계속 신사 앞을 지나쳐 다녔지만 떠나는 날이 되어서야 둘러 보게 되었다. 산노미야 역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이쿠타진자(生田神社)는 3세기경에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유서깊은 신사다. 4-6세기 일본이 한반도의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에 등장하는 신사라고 하지만, 그런 잘못된 내용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다. 일본의 젊은 사람들은 역사교육을 그다지 받지 않는지, 역사 이야기를 나눠보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 입구에 있는 빨간 도리(とりい:鳥居)가 걍력한 느낌을 준다.  

 

 

 

 

 

 도리를 지나 본전의 입구격인 로몬(ろうもん: 樓門)를 지나면 본전이 나온다. 이쿠타신사는 일본에서 최고의 태양신으로 숭배하는 여신인 와카히루메노미코토(稚日女尊)를 모시고 있는 신사라고 한다. 이쿠타 신사는 인연을 이어주는 신사로도 알려져 있는데, 신사 내에 있는 삼나무를 향해 기도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고, 7개의 도리이를 연인끼리 손을 잡고 지나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단다. 그런 믿음과 상관없이 일본 사람들은 인생에 있어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신사에 와서 참배를 하고 마음의 안식을 얻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보인다. 

 

 

 

 

 


 이쿠타 신사 경내 뒤쪽으로 아담한 연못에 수목이 울창한 이쿠타노모리(生田の森)가 있다. 과거 도시가 확장되기 전에는 뒷산에서 이어진 숲이 도시가 형성되면서 짤려나가고 신사가 있는 곳에는 보존이 되어 남아 있는 듯하다. 숲 가운데 있는 정자에서 잠시 쉬어갈수도 있고, 큰 나무 그늘 밑에서 땀을 식히기에도 아주 좋은 장소다. 번잡한 도심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였다. 수령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고목들이 줄지어 있다.    

 

 

 

 

 

 인연을 맺어주고,사랑을 이루게 해 준다는 7개의 도리도 신사 뒷쪽 편에 있었다. 높이가 다른 도리와는 달리 높지 않고 아담한 크기로 만들어져 있었다. 사진 한장만 찍고 신사를 나간다.     

 

 

 

 신사에는 시치고산마이리(七五三まいり)를 축하한다는 프랜카드가 여러 곳에 걸려 있었다. 일본에서의 시치고산(七五三)은 남자아이가 3살 5살, 여자아이가 3살, 7살이 되는 해를 기념해서 11월 15일에 아이가 무사히 잘 자라나기를 바라면서, 신사에 와서 감사하고 축하하는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우리가 이쿠다 신사를 방문한 날이 행사가 끝난지 삼일밖에 지난지 않은 날이어서 아직 그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신사를 구경하는 동안에도 옷을 차려입고 늦게 행사를 하는 가족을 볼 수 있었다.

 

 

 

 

 

 

 

(9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