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인도네시아 ('17.7)

인도네시아 여행 29-25 ( 발리 깃깃폭포, 싱아라자 ), (2017.7)

남녘하늘 2018. 11. 29. 00:38


 발리 북부지역 브두굴(Bedugul)과 부얀호수(Danu Buyan)를 지나 싱아라자, 로비나 지역으로 가는 밀림 속에 깃깃폭포(Air Terjun Gitgit)가 있다. 산을 넘어 꼬불꼬불 내리막 길을 20분 정도 내려 오면서 깃깃폭포의 표시판이 여러 개 보았는데, 나중에 보니 위에서 본 것은 깃깃 쌍둥이 폭포였고, 크고 볼만한 폭포가 진짜 깃깃폭포다. 내려 오는 길이 무척 좁았는데 깃깃폭포 입구쪽에는 큰 주차장이 있어서 차를 세워 놓기 좋았다. 주차장에서 현지인이 안내를 해 줄까 물었는데 거절하니 쿨하게 돌아선다. 폭포는 주차장에서 500m의 거리에 있다.   





 주차장에서 길을 건너 폭포로 가는 길로 들어선다. 폭포 이름이 깃깃이어서 특이한지라 한번 들으면 까먹지 않을 듯하다. 발리 중심부에서 거리가 제법 멀기 때문에 브두굴에 투어를 오거나  싱아나자나 로비나를 갈 때 방문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가 브두굴까지만 오고 그 이상은 거의 관광을 하러 가지 않는 것 같다. 폭포의 규모가 큰편도 아니지만 푸르른 식물들 사이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는것을 좋아서 지나는 길에 일정에 넣었다. 





 폭포로 가는 길은 잘 포장되어 있으며 가는 동안 수십 개의 각종 기념품 가게들과 계단식 논도 만날 수 있어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다. 더구나 주차장에서 폭포까지는 500여m 오솔길로 되어 있는데 내리막길이고  숲이어서 덥지도 않다. 대신 폭포구경을 마치고 되돌아 나오면 땀이 흐른다. 우리돈 천원 정도의 입장료를 받는데, 구경하는 것에 비해서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곳에도 마주치는 사람들은 거의가 서양사람들이다. 볼거리가 있고 안전한 곳을 잘 알고 찾아오고 있었다.    






 가는 도중에 보이는 기념품 가게에서는 발리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 옷, 커피 등의 기념품을 팔고 있어서 특색이 없었다. 그림을 직접 그려서 판매하고 있는 화가도 있었지만 내가 선호하는 화풍이 아니어서 그냥 지나친다. 현지인이 뜨게질을 하면서 각종 소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조금 특색이 있었다. 기념품 가게를 지나 조금 더 들어가니 물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폭포가 잠시 모습을 보여준다. 폭포까지의 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가까왔다. 






   

 규모는 그리 큰편이 아니지만 높이 54m의 깃깃폭포가 눈앞에 나타났다.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인지 수량이 많아서 불안개를 이루며 떨어지는 모습이 볼 만하고 멋있다. 지나가는 길에 들릴만한 곳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와도 괜찮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멀리까지 퍼져 나오는 물방울로  인해 제법 시원하기까지 하다. 폭포가 해발 300m 지점에 있고 정글 숲 속에 있어서 더욱 시원한 듯하다. 들어올 때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폭포 앞에는 관광객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폭포 앞쪽에는 우리나라의 정자 같은 것이 세워져 있었다. 폭포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어서 물의 유속도 감소하고 넓은데 이곳에 수영복을 입고 놀고 있는 가족이 있었다. 독일에서 여행 온 가족이었는데 아예 이곳에서 놀다 갈 생각으로 수영복을 갖추어 입고 왔다. 나도 바다가 해수욕장보다 이런 계곡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이 가족도 그런 모양이다.  





 폭포 아래서 수영복을 입고 놀고 있는 가족들처럼 물 속에 한번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물놀이를 온 것이 아니어서 엄청 참았다. 발이라도 담그고 싶어도 뒷일이 너무 귀찮을 것 같아서 그것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시원하고 맑은 숲속에서 시원한 폭포를 보면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좋았다. 폭포를 오가 가는 길에 열대 수목이 하늘을 거의 가리고 있고, 이름모를 새소리를 들으면서 갈 수 있어 깃깃폭포 구경은 그야말로 힐링의 시간이었다. 






 나오는 길에 간단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어린 아이를 다시 만났다. 들어갈 때도 만났었는데 팔고 있는 물품이 너무 조잡해 보여서 구입할 의사가 없는데도 계속 따라 오면서 사 줄 것을 요구한다. 어른이 따라 왔으면 똑 부러지게 거절을 햇을텐데 아이들에게 거절은 하지 못하고 물건은 구입하기 싫어서 가지고 있던 잔돈을 각각 나눠 주었다. 물건을 파는 것보다 이런 일이 더 익숙해 있었는지 서로 받은 금액을 확인하는 것을 보니 조금 씁쓸하다. 그래도 표정이 순박하고 예뻐서 앞으로 잘 자라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면서 좋았던 것중 하나는 대부분의 상인이나 가이드가 거절의사를 보이면 쿨하게 물러서 준다는 것이다. 이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깃깃폭포 주차장에서 8km정도 싱아라자 방향으로 내려 오니 길가에 날개 달린 황금사자상이 보인다. 발리 북부에 있는 싱아라자(Singa Raja)에 들어왔다는 것을 말한다. 인도네시아어로 싱아(singa)는 사자, 라자(raja)는 왕이란 뜻으로 싱아라자는 도시 이름이 사자왕 이다. 인도네시가가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던 시기에 북쪽의 유럽에서 가깝게 접근하기 위해서 싱아라자를 개발했다고 한다. 한동안 주도로서 번성했던 이곳은 1953년 덴파사르로 주도를 옮기고 공항이 발리의 남쪽에 세워지면서 옛날의 번성함을 잃었다. 하지만 아직도 발리의 제 2도시로 유럽풍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과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도시다. 





 날개달린 황금 사자상이 싱아라자 시내에 여러 곳에 있는 모양이다. 도시를 진입하면서 처음본 사자상 바로 옆쪽으로 전쟁기념탑 같은 동상과 공원이 있어서 잠시 방문해 보았다. 공원 안쪽에 주차장이 있어 차를 세워 놓고 계단을 올라가니 세사람의 군인 동상이 보이고 동상 아래에 

Monumen Perjuangan Tri Yudha Sakti 라고 쓰여 있었다. 세 사람이 동일 시대의 인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부터 일본의 점령시까지의 전쟁 영웅의 동상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번역기를 돌려도 세 사람의 투쟁 기념비라는 것은 알겠는데 Yudha Sakti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Sakti는 사람이름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동상 아래로 조그만 공원과 행사를 치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아주 깨끗하게 잘 관리가 되어 있었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친근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원처럼 사용되다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에 이곳에서 추모행사가 열리지 않을까 싶다. 시내 중심가에서는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는지라 평소에 방문하는 사람은 맍지 않은 모양이다. 날씨는 덥고 그늘이 많지 않아서 한번 둘러본 것으로 만족한다.       





 다시 차를 타고 싱아라자 중심지역을 지나 바닷가로 이동했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발리의 현관 역할을 했던 블레렝(Buleleng)항구 터이다. 지금은 항구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고, 주변에 창고 거리가 남아 있어서 예전에 이곳이 항구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공원 한쪽에는 독립운동을 기념하여 세워진 커다란 기념비가 인도네시아 국기를 들고 바다를 향해서 세워져 있다. 날씨가 어지간히 더워서 사진 한장 찍기도 힘든 정도다.     






 기념탑 주변에는 날개달린 사자상이 다시 보이고 사자상 옆으로 자그마한 힌두교 제단도 있었다. 옛 항구터 공원 주변으로 창고거리도 보이는데 공원과 주변에는 그늘이 거의 없어, 구경을 하면서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싱아라자를 넘어 오면서 산속에서는 비도 만나고 서늘하기까지 했는데 이곳은 더워도 너무 덥다. 빨리 구경하고 나서 차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어야겠다는 생각만 있을 뿐이다. 너무 더워도, 너무 추워도 관광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독립운동 기념탑 옆으로 가면 바다 위에 만들어진 레스토랑이 있다. 바다 위로 나무 기둥을 세워 그 위에 데크를 만들고 레스토랑을 여러개 만들어 놓았다. 주변 풍광도 좋고 이곳이 유명한 관광 장소인지라 외국인과 현지인 등 사람들도 제법 많아 보였다. 식사를 할 생각은 아니였지만 안쪽으로 들어길 수 있어서 바닷쬭에서 항구를 바라볼 생각으로 들어가 보았다. 각 레스토랑은 각자 다른 메뉴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바닷가쪽으로 나가니 바람도 조금 불고 그늘이 있어서 그나마 시원하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이곳에서 식사를 했어도 괜찮았는데 이때는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빨리 시원하고 에어컨이 있는 곳으로 가서 식사할 생각에 해상 레스토랑에 들어가지 못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적당하게 시원했던 이곳에서 여유있게 식사를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시원한 다른 곳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었는데... 레스토랑쪽에서 해변쪽을 바라보는 느낌도 좋다. 독립운동 기념탑도 잘 보이고 해변을 따라 있는 공원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은 백사장 모래밭이 아닌데도 바다에 들어가서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나와 블레렝(Buleleng) 항구터 공원 입구쪽에 중국사원이 보였다. 네들란드 식민지 시절에 네덜란드 사람뿐만 아니라 중국사람들도 이 항구를 통해서 많이 들어 왔다고 한다. 그 당시에 이주한 중국 승려가 1875년에 만든 중국사원이라고 한다. 발리에서는 보기 드문 붉은 색상의 중국사원이 아닌가 싶다. 발리를 다니면서 힌두 사원은 원없이 많이 보았지만 중국사원은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현지인들도 거부감 없이 참배를 한다고 한다.   






 블레렝(Buleleng) 항구터 입구에는 흰색 다리가 놓여 있다. 식민지 시절에 만들어진 오래된 다리라고 한다. 날씨가 워낙 더우니 현지 사람들이 나무 그늘 아래 모여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햇볕 아래는 정신없이 더워도 일단 나무 그늘에 들어가면 그 더위가 한풀 꺽인다. 나무 그늘에서 놀고 있던 일행중에 한명만이 영어를 사용했는데 주변에 있는 친구들에게 과시를 하듯이 우리와 이야기를 하고 자기나라 말로 통역을 해 준다. 이곳 사람들도 한국인을 자주 보지는 못했어도 한국사람에 대한 호의가 많았다. 이번 인도네시아의 여러 곳을 다니면서 한국사람들에 대한 호감이 많이 상승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외모로는 나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지만 현지인이 나와 나이가 같다면서 내가 자기의 친구라고 말한다.   








(26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