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인도네시아 ('17.7)

인도네시아 여행 29-26 ( 발리 베지 사원, 자가라가 사원 ), (2017.7)

남녘하늘 2018. 12. 2. 00:36


 블레렝(Buleleng) 항구터 공원에서 나와 동쪽으로 6km 정도 이동하면 베지 사원(Pura Beji)이 나온다. 메일 도로에서  해변쪽으로 500m 정도 들어가야 하는데 구급 맵을 이용해서 찾아가니 어려움이 없다. 사원 앞에는 비교적 넓은 주차장이 있어서 차를 세워 놓기 편한데, 주차장 면적에 비해서 찾아 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지금이 여행 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런 듯하다. 집사람은 싸롱을 챙겨서 갔는데 내게도 싸롱을 입어야 한다고 하면서 입장료에 준하는 보시금을 받는다. 차에 내 싸롱도 있지만 날씨가 덥고,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그냥 돈주고 싸롱을 받았다.    





 베지 사원(Pura Beji)은 북부 발라에서 가장 큰 사원이면서 Subak 사원이라고 한다. Subak은 물 공급이나 관개를 위한 조직을 말한다고 한다. 

베지 사원은 성스러운 장소로, 농사의 신이며 쌀을 만든 여신인 Dewi Sri를 숭배하는 사원으로 번영의 기원한다고 한다. 전체적인 규모로 보았을 때 그다지 크다고 느껴지지는 않는 사원이지만, 사원의 전체적인 모습은 아기자기하고 전체가 예술작품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드는 사원이다. 15세기에 만들어 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발리의 다은 사원들과 마찬가지로 바깥쪽 뜰과 중간, 안쪽의 뜰 등 3개의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사원에는 15 세기를 특징으로하는 덩굴과 꽃 무늬의 형태로 Buleleng 스타일의 조각으로 꾸며져 있다. 사원에 가득한 표면의 조각은 비 전문가인 내가 보아도 엄청 예술적이다. 조각품에는 지금은 퇴색되었지만 과거 채색이 되어 있었던 흔적이 조금씩 남아 있다. 멋진 조각에 채색까지 되었을 때에는 엄청 화려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원 안쪽에는 오래된 고목도 보인다. 상하의 나라여서 한상 잎이 푸르게 울창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무도 우리나라의 겨울처럼 계절을 타는 듯하다. 잎이 보이지 않아도 꽃은 피어 있고 바닥에는 꽃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누구한테 물어 볼 수도 없고, 이런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더욱 궁금하다. 신전에는 조각이없는 빈 공간이 거의 없다. 자세히 살펴보면 식물과 꽃의 모티프를 조각하는 것 외에도 동물 조각도 간간히 보인다. 






 사원에 입장한 사람이 우리밖에 없어서 함께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명성에 비해서는 이 지역이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여서 관람객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붓이나 꾸타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상황이 많이 달랐을 것 같다. 사원의 한켠에 있는 정자같은 곳에 셀프 타이머를 작동시켜 겨우 가족 사진을 한장 남겼다.   





 입구쪽으로 되돌아 나오니 입장권을 팔았던 직원이 보어서 사진 한장을 부탁했다. 부탁하는 김에 조금 무리해서 사원 전경을 배경으로도 사진을 부탁했다.






 우리가 사원에서 나올 무렵이 되어서야 몇 명의 서양사람들이 사원을 찾아왔다. 별로 양심적이지 못한 사원 관리인이 긴 치마를 입고 있는 여성에게도 싸롱을 건네고 보시금을 받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긴 치마를 입고 있을 때에는 싸롱을 걸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곳 사람들도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돈을 벌기위해서 원칙을 어겨가면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긴 호홉으로 본다면 발리 전체을 보아서도 좋은 행동이 아니다.  





 베지 사원에서 나와 바닷가쪽 Sangsit 마을이라고 되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차를 가지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전형적인 시골마을이 나타나고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베지 사원에서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바다가 보인다. 현지인 이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바닷가는 조금 지저분했고 이곳에도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배가 많이 정박해 있었다. 특별히 볼 것을 기대하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어떤 동네가 있는지 와 본 것이어서 그냥 한번 둘러보고 바로 나왔다. 이제 날씨가 많이 더워져서 에어콘이 있는 차에서 내리는 것이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다시 차를 돌려 나와서 오늘 일정 중 끝으로 방문할 계획이었던 자가라가 사원(Jagaraga Temple)을 찾아 나섰다. 베지 사원에서 남동쪽으로 5k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사원이다. 오늘 꾸타에서 출발해서 베지사원까지 오는 길은 비교적 넓어서 차를 운전하기에 불편함이 없었는데 자가라가 사원을 찾아가는 길은 1차선 같은 도로였다.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잠시 속도를 줄이고 양보를 해야 하는 길이다. 그럼에도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이여서 상당히 조심하면서 힘들게 사원을 찾았다.  





 사원에 도착하니 주차할만한 공간도 없어 좁은 길가에 차를 세워 놓았다. 관리인이면서 가이드를 겸하고 있는 Ketut Suradnya라는 현지인이 다가 왔다. 첫 인상은 이도 많이 빠지고 시골의 촌노같은 느낌이었는데, 함께 이야기를 해 보니 상당한 수준의 지식과 쇼맨쉽이 있는 사람이었다. 미소 짓는 표정과 함께 자가라가 사원에 대한 상세한 지식으로 , 모르면 그냥 지나칠뻔 했던 사원의 많은 내용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사람을 단지 겉으로 보이는 외모로만 선입견을 가지고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원이 있는 이 마을이 네덜란드 식민지주의에 대항하는 독립의 투쟁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이 사원 역시 관광객이 많지 않는 발리의 북쪽에 있기 때문에 방문객이 많지는 않은 모양이다. 사원 입구에 있는 벽에는 다양한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설명이 없었다면 그냥 무심코 지나쳐 사원 안쪽으로 들어갔을 터인데 설명때문에 알게 된 내용들이다. 다른 발리의 사원에서는 볼 수 없는 구식 자동차나 보트, 자건거 등이 벽에 새겨져 있다. 유럽풍의 의복을 입은 사람은 네덜란드 사람을 의미한다는 것과 그 아래서 식민통치를 받으며 고통받고 있는 발리 사람을 표현해 놓은 조각상도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들이다.     








 사원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사원은 발리의 다른 사원들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Pura dalem이라고 되어 있는 사원은 통상 시바(Shiva)신을 위한 사원이라고 한다. 자가라가 사원도 Pura Dalem Segara Madhu이라고 적혀 있어 시바신을 위한 신전중에 하나라고 생각된다. 죽음의 신인 시바 신은 숭배하는 곳으로, 보통 마을 묘지 근처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가라가 사원 주위로 묘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식민지 지배에 반항한 흔적과 다른 사원에서는 볼 수 없는 부조물 때문에 더 유명한 듯하다.     






 관리인이면서 가이드를 겸했던 Ketut Suradnya 씨는 이 지역학교의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불교와 힌두교에 대해서 말귀를 알아듣는 것 같으니 직접 손으로 작성한 종이 한장을 꺼내서 그가 연구하고 알려 주어야 할 내용을 적은 것을 더 자세히 알려 주려고 한다. 앞 뒤로 가득 적어 놓은 내용이 정확하게 이해는 되지 않지만 그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된다. 불교와 힌두는 한뿌리라고 말해 준다. 사원을 한번 보러 왔다가 힌두 교리까지 배우게 되었다. 작성한 종이는 가지고 가서 보라고 한다.  







 힌두 교리 강의를 마치고 나서 다시 사원을 둘러 보았다.사원 마당은 좁고 사당 앞쪽으로 세개의 탑같은 건물이 세워져 있다. 가운데 있는 건축물이 가장 중요한 사원이라고 알려 주었다. 발리에 있는 사원을 돌아보면 설명을 들어도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만 기억될 뿐, 대부분의 사원이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현지인이 아닌 이상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 사원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자오차와 비행기, 자전거 보트등이 벽면에 새겨져 있던 사원으로만 기억될 것 같다.    





 사원 설명을 자세하게 해 주었던 Ketut Suradnya씨가 다음에 다시 발리에 오게 되고 이 지역에 방문하게 되면 자신의 집도 빌려 줄 수 있다고 하면서 명함을 주면서 놀러 오라고 한다. 사원에서 잠시 만났지만 긍정의 미소를 갖고 있고, 열정적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만나서 기분이 좋았다. 나이는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치아가 너무 없어서 건강이 조금 걱정된다. 젊은 시절에 치아 건강에 신경을 쓰지 못했던 모양이다. 다음에 다시 자가라가 사원을 방문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늘 건강했으면 좋겠다. 






 자가라가 사원에서 되돌아 나오는 길에 새롭게 조성된 건축물이 있어서 방문해 보았다. 얼핏 보기에도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새로운 건물이다. 입구에 있는 안내판에는 자가라가의 전쟁 기념물(Monumen Perang Jagaraga)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지역  주민들이 네들란드에 대항해서 독립운동을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그것을 기념하는 전쟁기념 공원으로 보였다. 자가라가 사원 앞과는 달리 기념 공원 앞쪽에도 넓은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고, 기념 공원 안쪽으로도 넓은 공간이 있어 시원스러운 풍경이다.      






 따로 관리인이 상주하고 있지도 않고, 안내판에 있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서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이 지역에서 있었던 네덜란드와의 독립운동과 관련된 기념공원이 아닐까 생각된다. 공원 안쪽으로 전시공간이 보이고 전시공간 주변과 위쪽에 동상이 많이 세워져 있었다. 발리 사람들이 침략자로 부터 영토을 지켜내기 위해서 이루어졌던 투쟁의 상징물을 조각해 놓은 듯하다.  






 안쪽에 있는 전시공간에는 신발을 벗고 입장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정작 신발을 벗고 들어가보니 전시관은 문이 닫혀 있었다. 출입문이 유리문으로 되어 있어 안쪽을 들여다 볼수는 있게 되어 있었다. 안쪽에도 동상이 몇 개 있었고, 독립운동과 관련된 디오라마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는 듯하다. 들어가 보았으면 조금 더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을터인데 문이 닫혀 있어 갈 수가 없다. 주변을 둘러 보고 전시관 위쪽에 설치된 동상을 살펴 보았다. 전시관 주변으로는 주로 남자들의 동상인데 반해 가장 중심에 있는 전시관 윗쪽에는 어머니 상으로 보이는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여성들도 독립운동에 많은 역할을 했던 모양이다.   






 나오는 길에 이곳에 방문한 어린 아이들을 만나서 사진을 찍었다. 기념공원에 놀러온 주변의 학생들로 보였다. 메인 전시관 앞쪽에는 연못을 만들어 놓았는데 자그마한 물고기가 엄청나게 많았다. 그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러 왔던 모양이다. 나중에 보니 입구쪽에 무인판매로 물고기 먹이를 판매하고 있었다. 귀여운 여자아이들과 달리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이들이 한쪽에 모여서 체스같은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벌써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담배 피우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을 아는지 다가가니 담배는 손뒤로 숨긴다. 와서 함께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서 사진을 함께 찍었다. 어린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면 안되는데, 길거리에서도 담배 피우는 어린 친구들을 여럿 보았었다.   







(27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