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인도네시아 ('17.7)

인도네시아 여행 29-28 ( 발리 로비나 돌핀투어, 스노클링), (2017.7)

남녘하늘 2018. 12. 10. 00:28


 로비나 비치의 돌고래 투어는 해 뜨기 전에 시작된다. 아직 어두운 시간 호텔에서 1분거리에 있는 로비나 비치에 도착하니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좁은 폭의 나무로 만든 전통배인 쭈꿍(Cukung)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로로 긴 배엔 선장을 포함해 3~4인 정도가 탑승할 수 있는데 오늘 손님을 우리 가족 뿐이다. 구명조끼를 내어주고 배에 오른다. 어제 저녁 산책을 나왔을 때 선장을 잠시 만났는데 호텔에서 예약을 하지 않았으면 더 싸게 해 줄 수 있었다고 한다. 주변에는 우리처럼 돌고래를 구경하러 준비하는 다른 팀들이 여럿 보인다.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 돌고래들이 활동을 하기 때문에 돌고래를 만나기 위해서는 해가 뜨기 전에 바다로 출발해야 하다고 한다. 돌고래가 출몰하는 지역은 로비나 비치 해변가가 아니어서 보트를 타고 30분 이상 넓은 바다로 나가야 한다. 배는 한참을 해변을 따라 서쪽으로 달린다. 보통 아침해가 뜰 무렵 서쪽에서부터 동쪽으로 해안을 따라 돌고래가 떼를 지어 헤엄쳐 온다고 한다. 바다가 잔잔해서 마치 호수같다는 느낌이 든다.날이 밝아오는 바다에서 돌고래를 보는 것보다 돌고래를 보기 위해서 움직이는 선단의 모습이 더 볼만하다.  







 어제 저녁 만난 선장이 새벽에 쌀쌀하다고 긴팔옷을 준비하라고 했는데 전혀 춥지는 않았다. 바람막이 옷을 벗어버리고 싶지만 구명복을 걸쳐 입고 있어서 벗기도 귀찮다. 어제 로비나 비치에 도착하자 마자 해변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감상했는데 다시 아침에 해가 뜨는 모습도 바다 한가운데서 보게 된다. 발리의 동쪽이 아닌 북쪽 바다지만 일출의 풍광은 정말 멋지다. 돌고래의 모습을 보지 못해도 아침 일찍 함께 나온 선단의 모습과 일출 풍경을 본 것만으로도 그 값을 충분히 했다는 느낌이다. 







 우리가 타고 나온 좁은 폭의 나무로 만든 전통배인 쭈꿍(Cukung)은 배 양쪽으로 균형을 잡아주는 보조 장치가 있어서 보트가 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해 주는 모양이다. 해가 뜨면서 눈이 부셔서 미리 준비했던 선그라스를 착용했다. 미리 준비하지 않았으면 고생을 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하릴없이 바다만 바라보면서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돌고래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호텔 앞 해변에서 출발할 때는 옆에 배가 별로 많지 않았는데, 아마 해변을 따라서 여러 곳에서 출발해 한곳으로 모여서 몇 십척이나 되는 보트가 보인다.   






 수십척의 배들이 소음을 내며 아침마다 이 로비나 바다를 돌아 다니는 것이 돌고래에게는 엄청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한 마음이다. 로비나 해안에 무리지어 살고 있는 돌고래들이 수백마리나 된다고 하는데 조금 기다리니 바다 위로 솟구치는 돌고래 떼가 나타났다. 돌고래가 보이니 다른 배들이 돌고래가 보이는 장소로 일제히 몰려 온다. 그러면 다시 돌고래는 물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돌고래와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배의 소음이 심한데도 뱃머리 가까이 나타나기도 한다. 돌고래는 찬물을 좋아해서 이렇게 해가 뜨기 전후로 보이고, 해가 뜬 후 차차 물이 따뜻해 지면 바다 깊숙이 들어가 버린다고 한다. 돌고래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1시간 남짖 바다 위에서 돌고래를 쫒아 다니던 우리는 4-5번 정도 돌고래를 볼 수 있었다. 돌고래의 모습을 가까이서 본 것도 좋았고, 바다에서 멋진 일출을 본 것과 바다 위에 몰려 다니는 선단을 본 것이 모두 오늘 새벽잠을 줄인 덕분에 누릴 수 있었던 즐거움이었다. 돌고래가 한참동안 나타나지 않으면 깊은 바다로 간 것이라고 한다. 다른 배들이 해안으로 하나 둘 떠날 무렵 우리도 되돌아가기로 했다. 우리 배에는 우리 가족밖에 타지 않아서 의사결정을 하기에도 편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여유있게 해안을 바라보면서 왔다. 





 돌아오는 길에 선장이 특별히 한 장소에 우리를 데리고 갔다. 고기들이 엄청나게 많은 장소라고 하면서 빵을 조금 떼어서 바다에 뿌리니 정말로 엄청난 고기떼가 몰려 나왔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스노클링을 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한다. 바다에 실제 들어가서 보면 더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오전에 다른 곳에 가 볼 계획이 있어서 그다지 생각이 없는데 집사람은 이곳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싶어한다. 바닷물에 들어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함께 온 사람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도 필요해서 선장한테 식사를 하면서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아주 가까이 있는 것으로 보였던 해안까지 되돌아 가는데에도 30분 가까이 걸린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육지까지의 거리는 가까와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먼 모양이다. 선장은 로비나 비치에 도착하고서도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아침식사를 하고 스노클링을 꼭 해 보라고 다시 한번 강요같은 부탁을 한다. 호텔에는 말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봐서 호텔을 경유하지 않으니 본인 수익이 많은 모양이다.  




 호텔로 돌아와서 간단하게 정비를 취하고 아침 식사를 했다. 로비나 비치 코티지(Bali Lovina Beach Cottage)의 주인이 중국계 싱가포르 사람이었는데 조용한 로비나가  좋아서 이곳으로 이주해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굉장히 오래된 호텔이어서 이제는 많은 보수가 필요해 보였지만 사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없는 곳이였다. 사장을 비롯해서 직원들이 특히 친절해서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침 식사를 서빙하던 여직원도 한국인이 우리에게 호감을 보이면서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면서 친절을 베풀었다. 어제 싱아라자 시장에서 사 두었던 과일을 조금밖에 먹지 못했는데 객실에 그냥 놓고 가려 했는데, 가져 와서 이야기를 하고 먹으라고 하니 그 또한 좋아한다. 그냥 놓고 왔으면 쓰레기가 될 수도 있었는데.... 







 어제 호텔에 도착한 이후 아침 식사를 마칠 때까지 너무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호텔 바로 근처에 있는 로비나 비치의 상징인 돌고래 상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로비나 해안 또한 제대로 구경하지 못해서 산책은 나왔다. 호텔에서 2분 거리에 로비나를 상징하는 돌고래 탑이 있었다. 왕관을 쓴 귀여운 돌고래가 윗쪽에 있고, 탑의 아랫 부분에도 빙돌아 돌고래 조각이 있다. 돌고래 상 정면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역광이라 쉽지 않다. 로비나 비치에 왔으니 이곳의 상징과 같은 돌고래 상을 배경으로 흔적을 남겼다.   







 돌고래 탑 근처에는 발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힌두사원이 하나 있었다. 복장을 갖추지 않고 나와서 그냥 문 앞에서 사진 한장 남기는 것으로 지나간다. 발리 사람들에게는 어디를 가니 힌두사원은 생활의 일부이다.   





 광장에서 이어지는 골목길에는 기념품 가게도 여럿 있고, 해양 스포츠를 예약하는 업체도 많아 보였다. 어제 밤 왔을 때에는 조명과 함께 흥청거림이 느껴졌는데 아침에 산책을 나오니 깨끗하고 산뜻한 느낌이다. 아침 일찍 청소도 마친 모양이다. 밤에 보았던 그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바뀌었다. 호텔에서 식사를 하지 않았으면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서 한번 해 보아도 괜찮을 듯한데 선택이 너무 늦었다. 다음에 한번 더 와 보아야 할 듯하다.   





 해가 뜨고 나니 해변도 더워져서 그늘만 찾게 된다. 한가한 아침의 로비나 비치, 하얀 백사장도 아니고, 바닥이 보이는 투명한 바다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느낌은 있다. 로비나 해변의 비치는 깔끔한 화이트 샌드도 아니고, 부들부들한 모래 사장도 아니다. 돌도 많고, 잡초도 많아 이쁘거나 아기자기한 멋도 없다. 조용한 장소를 찾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장소다. 이른 시간이라 바다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없고, 해변에 배만 엄청나게 정박해 있어 한가로움이 더해 진다.   





 다시 호텔로 되돌아와서 대충 짐정리를 마쳤다. 하루만 더 로비나에서 머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오늘 밤 비행기로 되돌아가야 하기에 다음에 다시 오리라 마음 먹었다. 우리가 묵었던 로비나 비치 코티지는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건물은 낡았어도 몇 일 쉬어 가는데에는 지장이 없는 곳이다. 이 지역의 숙박비가 발리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월등히 저렴하기에 이 숙소만 저렴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가지 조건을 따져도 가성비가 놓은 곳이다. 무엇보다 바다에 붙어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원래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로비나 호텔에서 서쪽으로 10km 이동하면 발리에서는 보기 힘든 온천을 찾을 계획이었다. 반자르온천(Air Panas Banjar)에 가서 온천욕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집사람이 온천에 가는 것보다는 스노클링을 하고 싶다고 해서, 온천을 포기하고 바다로 가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햇살도 뜨겁고 바닷물에 들어 갔다 오면 후속 처리도 귀찮아 가고 싶지 않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내가 양보했다. 산책을 마치고 대충 준비하고 나선다. 여행 일정에 스노클링을 할 계획이 없어서 바닷물에 들어갈 복장이 없었지만 대충 챙겨 입으니 스노클링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이왕 하는 것 즐기기로 한다.     






 선장이 안내한 포인트에 도착하니 이미 몇 척의 배가 와서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었다. 역시 유럽사람들이고 어린아이도 보이는데 구명쪼끼도 입지 않고 하는 것을 보니 상당한 수준의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선장이 스노클링에 필요한 수경과 호홉기를 주면서 한국산 제품이 최고라고 하면서 우리에게 주는 제품도 한국산이라고 말한다. 발리 북쪽 해안은 4-10월 사이가 물살이 잔잔해서 스노클링을 하기에 좋다고 하는데, 우리가 입수하는 곳의 바닷물의 깊이는 대략 10m 정도 된다고 한다.  






 발리 여행은 휴양차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남쪽에서는 서핑을 즐기고 북쪽 바다에서는 스노클링을 많이 한다고 한다. 원래 로비나에서 멀지 않는 멘장안(Menjangan)이 발리의 여러 스노클링 포인트 중에도은 유명하다고 한다. 다음에 발리에 오면 멘장안을 비롯해서 발리의 서쪽 지역을 돌아볼 생각이었고, 그 때 멘장안 섬에 가서 스노클링을 할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하게 된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이곳보다는 훨씬 더 멋진 바다속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먼 곳까지 갈 형편은 안되고, 로비나의 바닷속도 볼거리가 제법 있었다. 고기가 엄청나게 많은 것은 아니어도 바닷속 풍경을 즐기는데는 부족하지 않았다. 






  방수팩이라도 있었으면 폰으로라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터인데 준비하지 못해 바닷 속의 풍경사진은 하나도 없고 두 눈속에 담아서 왔다. 생각보다는 조류의 흐름이 빨라서 조금만 머뭇거리면 한쪽으로 떠 밀려 간다. 체력 소모가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물 속에서 오래동안 있을 것 같던 집사람도 1시간 조금 넘게 놀더니 힘들어 한다. 나는 진즉 나와서 보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을 먹은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허기가 지는 것이 아닌데 어지럼 증상이 약하게 있었다. 호텔에서 나오면서 수건이라도 한장 챙겨서 나왔어야 했는데 그냥 나오는 바람에 바닷물에 젖은 손으로 사진기를 만지는 것이 쉽지 않다. 항상 준비성이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그러질 못했다.   





 스노클링을 하고 나와서 아주 만족한 표정을 짓는 집사람. 이렇게 좋아하는데 그냥 갔으면 두고 두고 비난받을 뻔했다. 햇살이 더욱 강해지고 체력이 고갈될 정도로 열심히 놀았기에 더 이상 스노클링을 하지 않고 되돌아 가기로 했다. 우리 보다 먼저 와 있는 서양사람들은 우리가 출발할 때까지도 열심히 놀고 있다. 나도 적당히 수영을 할 줄 알지만 수심이 10m나 되는 바다에서는 자신이 없다. 어린 아이들도 구명복도 입지 않고 놀고 있는데 어느 정도 실력이 되어야 하는지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바다수영에 더 적응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바다에서 노는 것이 그다지 땡기지 않는다.   






 육지로 되돌아 오면서 선장이 바로 해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로비나 비치를 따라서 한바퀴 돌아주는 서비스를 해 주었다. 로비나 비치 중앙에 있는 돌고래 상 앞쪽에 가서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정박까지 해 주었다. 우리가 예약된 시간을 다 쓰지 않은 것과 자신의 원했던 스노클링을 해 준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생각된다. 덕분에 새벽부터 로비나 바다에서 배를 실컷 타게 되었다.   






 새벽부터 돌고래 투어와 스노클링까지 리딩해 주었던 선장과 함께... 다음에 오면 호텔이나 여행사를 통하지 말고 직접 연락하면 더 싸게 해 주겠다면 명함을 준다. 호텔과 여행사에서 수수료를 챙겨 간다고 한다. 영업력도 있고 재미 있는 친구였다. 덕분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로비나 해변에서 추억을 하나 더 만들었다.       





(29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