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인도네시아 ('17.7)

인도네시아 여행 29-29 ( 발리 반자르 온천 ), (2017.7)

남녘하늘 2018. 12. 13. 08:43


 원래 계획하지 않았던 스노클링을 하느라 로비나 비치에서 출발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아침을 먹고 바로 출발해서 발리섬의 중부지역을 따라서 몇 곳을 둘러보고 꾸타로 넘어갈 계획이었다. 로비나 비치 호텔에서 나와 서쪽으로 10km 이동하면 발리에서는 보기 힘든 온천이 나온다. 발리 북부 지역은 화산인 바뚜르산(Genung Batur) 때문에 낀따마니 화산지대도 유명하고, 온천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발리 북쪽을 잘 가지 않으니 잘 모를터이고, 외국인과 현지인이 찾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여행 여정에 포함시켜 놓았다. 더운 나라에서 따뜻한 온천을 즐겨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스노클링 때문에 시간이 늦어져서 온천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새벽부터 물에서 놀아 물놀이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한번 가 보기로 했던 곳이여서 방문해 보기로 했다. 반자르온천(Air Panas Banjar)을 찾아 들어가는 길은 어렵지는 않았는데 길이 좁아서 차로 가면서 맞은편에서 차가 나올까봐 조금 걱정을 했었다. 구급 맵으로 온천은 쉽게 찾았다. 인적 드문 산속에 길만 따라 들어가니,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숲속 전원마을 같은 느낌이다. 입장료는 10,000루피아(1천원 정도)로 저렴하다.        




 매표소에서 온천까지는 다시 5분정도 더 걸어가야 하는데 올라가는 길에 상점이 가득 늘어서 있다. 온천 앞에 있는 상점들인지라 온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치 의류들도 보이고, 발리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관광상품을 팔고 있었다. 발리도 관광지에서 팔고 있는 상품이 상당히 다양해졌음을 느낀다. 올라가는 길에 벌써 온천을 끝내고 나오는 서양사람의 무리를 만났다. 아마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묵고 있는지 호텔 타월로 간단히 몸을 가리고 내려온다. 발리 북쪽은 이곳을 잘 아는 서양 여행자들이 많다.    





 출입문 같은 곳을 지나면 개울이 나오는데 개울을 지나서 온천이 보인다. 인도네시아어로 Air는 물, Panas는 뜨거운, 따뜻한이라는 뜻으로 아이르 빠나스(Air Panas)라고 하면 온천이다. 개울쪽에서 숲속에 자리잡은 온천을 보니 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 멀리서 보기에 온천인지 수영장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야외온천인 모양이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사람이 많았고, 현지인보다는 외국인이 월등히 많아 보인다.   





 온천은 언덕을 올라가서 한참 돌아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가까이가서 보니 온천물이 생각보다 투명하지 않고, 규모는 생각보다는 작다. 

위 아래도 적당한 크기의 탕과 옆에 자그마한 탕 하나가 끝이다. 하지만 입장해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기에는 비좁아 보이지는 않는다. 물을 살짝 만져보니 아주 뜨거운 것은 아니고 미지근한 것보다 조금 더 따뜻한 정도다. 유황성분은 없는 듯 물에서 냄새는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물이 너무 뿌였다. 철분이나 석회 성분이 다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만의 생각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발리에서 온천을 한번 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었는데 조금 아쉽다. 하지만 앞으로 발리는 여건이 허락하면 여러 번 더 놀러올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다음으로 미뤄 놓는다. 온천탕에 와서 온천을 하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사진만 찍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 같다. 샌달을 신고 있었으면 발이라도 한번 담궈볼까 생각했지만 운동화에 양말까지 신고 있어서 너무 귀찮았다. 그래도 온천의 풍광은 그런대로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온천 풀 윗쪽에 있는 건물에서는 탈의실과 라커, 화장실 등과 함께 간단히 먹을 것을 파는 수퍼와 2층에는 레스토랑도 있었다. 온천탕 벽면에 영어로 HOLY HOT SPRING이라고 써 놓았다. 발리의 알려지지 않은 명소라고 생각하는 곳에 가보면 늘 서양 사람들로 붐비는데, 어떻게 알고 이렇게 찾아다니는지 궁금하다. 진정으로 여행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제부터 싱아라자와 로비나, 그리고 이 온천까지 오면서 한국사람은 물론 현지인을 제외한 동양사람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다음에 이곳을 방문해서 온천을 즐겨 보겠다고 생각하고 아쉽지만 이곳을 떠난다.  








 발리 중부지역의 도로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글맵에 있는 지도를 의존해서 꾸타로 돌아왔다. 반자르 온천에서 나와 다시 로비나쪽으로 되돌아 가서 싱아라자와 브라탄 호수를 통해서 가는 편이 거리는 멀어도 훨씬 안전하고 빨리 오는 길이었는데, 이 때는 몰랐다. 지도에는도로폭이 나와 있지 않아서 푸푸안(Pupuan) 쪽으로 왔는데 길도 좁고 커브도 심하고 발리 운전 초행자가 갈 길이 아니었다. 언제까지 그런 길이 이어지는가 했더니 산을 넘어서 도시가 나올 때까지 이어졌다. 속도를 30km이상 낼 수도 없고, 화물차가 앞을 가로 막으면 추월하기 위해서 한참을 따라가야 했다. 운전은 힘들었지만 멋진 풍광을 보여주기는 했다. 하지만 다시는 이 길을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벨링빈(Belimbing)이란 지역을 지나니 내리막 길이 시작되면서 계단식 논이 엄청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도 풍광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음식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풍광 좋은 곳을 찾느라 식사 시간이 조금 늦어졌다. 한참을 내려 오니 멋진 계단식 논을 볼 수 있는 곳에 여러개의 식당이 있었다. 차량도 많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서 꽤 맛있는 집으로 보였다. 잠시 차를 세우고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 현지에서 본 풍광이 몇 배나 더 멋 있었는데 사진찍는 실력이 떨어져 그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듯하다.   






 음식점의 이름은 Warung Sari Wisata Belimbing 이었는데 음식점 앞마당 나무에 커다란 박쥐가 매달려 있었다. 먹이를 계속 주기 때문에 따로 가두어 놓지 않았음에도 다른 곳으로 날아 가지도 않고 매달려 있는 듯하다. 엄청난 크기의 박쥐에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모두 신기해했다. 음식점이 풍광은 좋았으나 손님을 응대하는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래쪽으로 보이는 식당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곳은 음식점뿐만 아니라 간단한 매점도 함께 있었다. 






 손님이 워낙 많은 식당이어서 도로변에 차량을 안내하는 사람도 여러명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었다. 이런 곳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식사를 하느니 다른 곳이 낳겠다는 생각에서 이동한다. 식당 주변의 풍광은 참 좋다. 고도가 높은 곳이여서 기온도 높지 않고, 차량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여서 공기도 맑고 좋았다. 길이 좁아서 운전하느라 위험했던 것과 화물차량이 나타나면 추월하기 힘들었던 것을 빼면 드라이브를 하기에도 괜찮은 곳이였다.    





 조금 내려 온 곳에 Warung Made Gurami Segar이란 식당이 있었다. 아까 언덕 위에 있던 식당에서 내려다 보이던 식당이다.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이용하는 식당인 듯한데, 이곳을 찾아온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닭고기 요리를 시켰더니 바로 불을 붙여서 음식을 만들어 주었고 맛도 아주 좋았다. 손님도 많지 않아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주인이 영어를 사용하지 못해 의사소통에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시골의 훈훈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식당이었다. 







 좁고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내려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그나마 내가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시켜서 억지로 이 길을 왔더라면 입에서 험한 소리가 조금 나왔을 것 같은 도로였다. 산 길을 내려와서 한참을 오니 길이 조금 넓어지고 도로 사정이 좋아졌는데, 이곳부터는 자바 섬에서 연결되는 길리마눅(Gilimanuk)에서 오는 차량이 합류하게 되어서 길이 엄첨 많이 막혔다. 사전 정보가 없어 정말로 길 선택을 잘못한 탓이다. 


 힘들었지만 아무런 사고 없이 꾸타에 도착했다. 남은 일정중에 하나가 집으로 가지 전에 쇼핑센터를 방문하는 것이다. 발리에 올 때마다 자주 이용했던 썬쎗(Sunset)로드에 있는 까르푸에 찾았다. 필요한 몇가지 공산품도 구입하면서 집사람의 쇼핑욕구를 만족시켜 주었다. 과일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열대과일인 잭프룻(Jack fruit)을 직접 해체해서 판매하는 모습을 보았다.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해서 사진에 담아 보았다. 아직 잭프릇은 먹어 보지 않았는데 시식을 해보니 나랑은 맞지 않는 과일이다.   





 오늘 밤 비행기로 집으로 돌아간다. 잠을 자지 않기 때문에 굳이 숙소를 다시 예약할 필요는 없었지만 갈 때까지 편하게 짐도 정리하고 쉬었다 갈 생각에 꾸타 중심지에 있는 호텔을 예약해 놓았다. 차를 렌트했던 곳에서 20m도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이였다. 차를 반납하러 갔더니 예약한 호텔이 바로 옆에 있어 신기했다. 렌터카 주인이 저녁때 공항으로 갈 때 픽업을 해 주어도 되겠냐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호텔까지 와서 짐도 옮겨주고 서비스가 좋다. 숙박을 하지 않을 숙소여서 공항으로 가기 편한 장소에 잡았을 뿐이다.  





  짐을 대충 옮겨 놓기만 하고 꾸타 해변으로 나왔다. 자카르타에서 시작해 족자카르타를 거쳐 이곳 발리까지의 긴 여정을 정리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발리에 도착한 첫날, 비행기의 연착으로 차량렌트하는 것이 급해서 아무 생각도 없이 저녁시간을 보내느라 해변에도 한번 나와 보지 못했었다. 해가 지는 꾸타 해변에는 오늘도 일몰을 구경하는 인파가 가득하다. 그나마 해가 떨어지기 전에 해변에 도착해서 다시 한번 발리에서 일몰 풍경을 보게 된다. 해변의 호텔들은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어제 로비나 비치에서 보았던 황홀한 일몰은 볼 수 없었다. 그래도 꾸타해변에서 일몰을 구경한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발리 방문은 세번째이지만 앞으로도 더 자주 여행할 계획이고, 상황이 허락된다면 장기체류도 생각하는 곳이 이곳 발리다. 이제 발리도 서쪽지역만 더 구경하면 섬 전체를 구석 구석 둘러본 셈이 된다. 여러번 방문해도 볼거리가 많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집사람과 해변에 않아서 이번 여행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알찬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숙소에서 편안하게 짐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한 뒤에 공항으로 넘어 왔다. 렌트카 사장이 직접 호텔에 와서 기다리고 있어 편하게 공항으로 오게 되었다. 다음에 발리에 오게 되면 자기를 꼭 찾아 달라고 하면서 명함까지 준다. 카르타에서 발리로 들어올 때는 새롭게 단장된 발리 공항을 출국할 때 돌아 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도착해서는 귀찮아져서 그냥 입국수속을 받고 안쪽으로 들어왔다. 새롭게 잘 꾸며 놓았지만 굳이 돌아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이다. 여행내내 사진을 제법 많이 찍었더니 공항에 도착해서는 사진 찍는 것도 귀찮아진다. 입구에서 몇 장만 흔적을 남겼다.   







 이번 인도네시아 여행은 족자카르타에 있는 보로부드루 사원과 프람바난 사원을 구경하려고 세웠던 여행이었다. 족자카르타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없어서 자카르타로 입국했고, 발리로 출국하게 되었다.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후배의 조언으로 일정도 일부 수정했고 여행 일자도 바꾸었다. 10박 11일의 짧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나름 알차게 시간을 보낸 듯하다. 동서로 시차가 3시간이나 되는 인도네시아를 한번에 모두 볼 수는 없지만 나름 자바섬을 중심으로 가 보고 싶었던 몇 몇곳은 제대로 보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도네시아는 여행지로서는 많이 찾는 곳이 아니었다. 신혼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발리는 여행책자가 여러권 있었지만, 인도네시아 다른 곳을 안내하는 우리말 인도네시아 여행책자는 한권도 없었다. 결국 영문 론니 프랜닛과 인터넷에서 여행 자료를 찾았고, 제한된 자료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다 보니 약간의 불편함도 있었지만 그 또한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에 일자리를 찾아 가는 사람은 많아도 여행을 하러 가는 사람은 아직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말 여행책자가 나오리라 생각한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많은 인도네시아인지라 내가 만난 사람들이 일반적이라고 단언하지는 못하지만, 이곳 사람들이 원래 순박하고 정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에 한류의 영향이 더해져서 가는 곳마다 한국사람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연예인 취급을 받았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함께 사진을 찍자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문화의 힘이 엄청나다는 것도 느꼈다. 한국에 돈을 벌러 와 있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대접을 해 주어야 하는 것을 나는 아는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깨우쳤으면 좋겠다. 


 다음에 또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게 되면, 자카르타에서 가까운 반둥과 자바섬에 있는 수라바야를 한번 가 보고 싶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도 3천m급 산이 많은데 이름난 산과 활화산이 많은 이곳에 화산투어도 꼭 한번 해보고 싶다. 여러번 이야기하지만 꿈을 가지고 있으면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