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말레이시아 ('16.6)

말레이시아여행 20-14 (이슬람 아트 뮤지엄 ), (2016.6)

남녘하늘 2018. 1. 22. 00:34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이슬람 예술 박물관(Islamic Arts Museum)은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관련 전시물 뿐 아니라, 전세계의 이슬람 문물을 전시하고 있다. 건물의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진 깔끔한 현대식 건물으로, 기둥은 이란의 사원에서 볼 수 있는 푸른 타일과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과거에 왔을 때 폐관 시간 가까울 때 와서 제대로 보고 가지 못해 아쉬움이 남아서 오늘은 집사람과 함께 제대로 볼 생각을 하고 와 보았다. 기대를 가지고 가 보아도 괜찮은 박물관이라고 생각한다. 





 내부로 들어서면 온통 하얀 고급 대리석으로 마감된 홀을 만날 수 있다.계단의 대리석은 손톱으로 긁으면 움푹 긁혀 파일 것 같이, 우유처럼 뽀얗고 부드러워 보인다. 돔 천장에 장식된 금 문양은 진자 금이라고 한다. 1층에는 라마단 기간을 맞아서 라마단(Ramadan)의 정신을 담은 사진 전시회가 특별전(Capture the spirit of Ramadan)으로 열리고 있었다. 국제사진 경연대회에 출품되었던 사진 중에서 라마단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글은 읽지 못하면 그 뜻을 알 수 없지만, 사진은 보는 것으로도 전하는 내용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절제된 생활과 함께 기도를 하며 라마단을 지내는 무술림들의 모습에서 진지함과 경건함을 엿볼 수 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달라이 알 카이라트 (Dala'il al-Khayrat) 라는 기도 원고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었다. 이슬람교는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우상 숭배를 금지하기 때문에 인간이나 동물 형상으로 된 종교 미술품을 만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종교 예술이 발달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른 것을 형상화 할 수 없으니 글자를 아름답게 꾸미는 켈리그라프가 발달했다.그래서 꾸란 경전의 표지라든가 모스크에서 사용되는 물품, 가정용품에 이르기까지 켈리그라프로 장식된 것들이 많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아랍 글씨체를 선보이고 있었다.  





 이슬람 예술 박물관은 1998년에 개관했고, 동남아시아에서 이슬람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박물관이 소유하고 있는 유물은 책을 제외하고 약 7,000점 가량 된다고 한다. 전시관은 크게 12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건축, 코란, 이슬람의 보석, 직물, 무기 등 다양한 이슬람 관련 물품들이다. 박물관에서는 중동의 예술품 보다는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 등 아시아의 이슬람 유물을 주로 전시하고 있다. 연중무휴로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세계 여러 이슬람 국가의 대표적인 모스크를 한 곳에 모아 놓았다. 인도의 타지마할부터 중국 신장의 청진사 등등. 돔과 미나레가 있다는 공통점을 빼면 나라마다 얼마나 다채로운지, 얼마나 다른 자연환경에 맞추어 적응했는지 볼 수 있다. 바로 아래에 있는 모형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 있는 카바사원이다. 이슬람의 근본이자 상징인 카바사원의 사진과 카바 사원의 모형을 전시해 놓았다. 카바 사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모스크이며, 그 사원의 중심에 있는 검은 천으로 덮힌 카바 사원은 이슬람 최초의 제단이자 사원이다.








 이슬람은 중국에도 전해졌다. 한나라 시대부터 서역의 유목민족을 통한 교역과 접촉이 있었고, 당나라 때는 이슬람을 받아들인 서역의 유목민족들이 본격적으로 드나들게 되고 실크로드를 통한 아랍 국가와도 교역을 확대하면서 자연스럽게 확대되었다. 이슬람을 한자로 회교(回敎)라고 하는데, 중국 내에 토착하여 살고 있는 무슬림을 회족(回族'이라고 부른다. 시안(西安)에 가면 회족거리도 있고 생김새도 한족과는 상당히 다르다. 중국 서북부의 신장 위구르 자치주와  시안을 중심으로 많은 수가 살고 있다. 박물관에는 중국 최초의 이슬람 사원인 청진사의 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눈이 부시고 화려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아름다운 박물관 내부 돔 형태의 장식물이 5개 있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 기술자가 만든 것이라고 한다. 박물관 내부는 흰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는데, 자연광과 잘 어우러져 밝고 화사한 느낌이 든다. 전반적으로 건물도 잘 지어 놓았고, 전시공간도 잘 활용해서 잘 꾸며 놓았다. 더구나 더운 바깥 날씨에 비해서 엄청 시원하기까지 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 있는 카바사원을 덮고 있던 검은 천에서 입구를 거리고 있던 장막을 가져와 전시하고 있다. 장막은 코란의 주요 구절을 적고 있으며, 화려한 금실로 문자가 수 놓아져 있다. 메카로 순례여행을 간다는 것 자체가 부유한 무슬림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게다가 카바 사원 중앙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줄울 선다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성지인 메카를 방문하는 자국민을 위해서 자금을 지원해주는 공공부서가 따로 있기도 하다.   




 다양한 주제별로 전시실이 구분되어 있었는데 이슬람 건축 전시실을 지나서 다른 전시실을 방문하니 아랍풍의 칼과 보석, 왕관같은 유물과 코란과 서적 등도 전시되어 있었다. 아직 박물관에는 한국어 안내가 지원되지 않고 있어서 짧은 시간에 짧은 영어 실력으로 해석하면서 전시물을 관람하려고 하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해석하면서 이해를 하고 넘어가기 보다는 그냥 눈으로 보면서 지나기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은 절대 다른 문자로 번역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기독교의 성경은 번역해서 현지어로 만들어도 성경이다. 하지만 코란은 번역한 것은 코란이 될 수는 없다고 한다. 아라비아 문자를 쓰지 않는 이슬람 국가에서도, 예배할 때는 아라비아어로 코란을 읽어야 한다.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는 동남아 국가에서는 코란을 읽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되었다. 코란이 세계의 다른 나라로 전파되면서 아라비아 문자는 시대별로 또 나라별로 각기 다양한 문체로 나타났다.




 이 박물관은 대단한 이유는 말레이시아의 이슬람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이슬람 문명의 예술품을 두루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이슬람 국가에 방문해 봤지만 이러한 전시 규모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박물관에는 투르크 시대의 유물도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화려하고 멋있고 값진 유물들이다. 아마 투르크가 이슬람 제국 중에서 가장 근래에 있었던 왕조여서 유물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일 듯하다. 투르크의 후신인 터키에서 적극적으로 박물관을 협찬해 주었을 수도 있다.   





 19세기 이전만 하더라도 말레이시아 남성들은 대부분 두건을 쓰고 다녔다고 한다. 각 주마다 모양이나 접는 법이 조금씩 달랐으며, 술탄이 이름을 새겨 넣었다고 한다. 요즘은 결혼식 때 외에는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섬유도 이슬람 문양을 반영해 놓아서 모두 독특하다. 이슬람 의복의 변천사도 볼 수 있었는데 보기 좋다. 오래 전에 만들어졌을 터인데 요즘에 사용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문양들이다.   






어느 박물관을 방문하더라도 금과 은, 각종 보석류의 전시가 가장 화려하다. 이 박물관에도 이슬람 국가의 여러 보석과 장신구를 상당히 많이 수집해서 전시해 놓았고, 역시 화려하다. 화려한 목걸이도 보이고 어떤 보석으로 장식했는지 알 수 없는 보석함 같은 것도 보인다. 악세사리 전시관에서는 확실이 집사람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청동제품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도 있었다. 설명이 부족해서 어떤 용도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전시를 잘해 놓아서 보기는 좋다. 무슬림들은 공식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으니 술주전자는 아니고 물 주전자일터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전시품에 있는 무늬의 디데일한 부분이 모두 다르다. 섬세하고도 대단하다.     







 아름답고 특이한 도자기가 많이 전시되어 있었고, 제작 시기뿐 아니라 제작된 장소도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있었다. 이슬람 지역에서야 당연히 이슬람 문자나 특유의 양식으로 도자기를 제작했겠지만, 중국이나 유럽에서도 이슬람과의 무역을 위해 이슬람 입맛에 맞게 도자기를 만들어서 수출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코란이 쓰인 중국산 청화백자는 14세기 중반에서 15세기 초반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물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실한 점은 아쉽다.








 이슬람이 어떻게 전 세계로 전파되어 갔는지 보여주는 지도도 전시되어 있다. 750년 이전에는 주로 아라비아 반도에서 북부 아시아, 중앙아시아로 퍼져 나갔다. 유목 민족들 간의 교류나 전쟁 등을 통해서 이슬람이 전파되던 시기다. 이 지역은 모두 사막지대로, 유목민족들이 옮겨다니며 거주하던 곳이다. 750년 이후에는 바닷길로 전파되었는데, 유목으로 떠돌던 아랍족 등이 아라비아 반도에 정착왕조를 건설하고 대제국으로 발전하던 시기이다. 이때 아랍의 상인들은 중국과 유럽을 오가며 중계무역을 활발히 하였는데, 중국과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의 정착하거나 거주하면서 이슬람을 전파하였다. 말레이 반도와 인도네시아 지역에 이슬람이 전파된 것도 이때이다.




 이슬람 아트뮤지엄은 어느 곳 하나 눈길을 빨리 거둘 수 있는 곳이 없었던 것 같다. 전시물 외에도 박물관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는 느낌이다. 이슬람 예술 박물관 2층 야외 공간에서는 조금 전에 구경하고 온 국립 모스크(National Mosque)의 우산모양의 하늘색 지붕과 첨탑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가 볼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면 이곳을 추천해 주고 싶을 만큼 멋진 곳이었다.






 이슬람 예술 박물관을 나와서 다시 메르데카 광장 근처로 이동했다. 쿠알라룸푸르 도착 첫날 방문했던 씨티 갤러리도 보인다. 호텔을 메르데카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해서 이 곳을 정말 자주 지나치게 된다. 시원한 곳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더운 쿠알라룸푸르의 날씨가 확실하게 느껴진다. 날씨만 조금 선선하다면 정말로 살기 좋은 말레이시아가 될 터인데 더운 날씨가 여행의 발목을 잡는다. 날씨가 더우니 밖에 돌아 다니는 현지인도 여행객도 많이 보이지 않는다.   





 이슬람 예술 박물관을 나와서 다음에 방문할 곳은 국립박물관인데 다른 때 같으면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냥 걸어갔을 것인데 오늘은 도저히 걸어서 갈 상황이 아니었다. GOKL City Bus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앞전에 왔을 때 없었던 버스인데 말레이시아도 관광 인프라에 투자를 많이 하면서 이런 무료버스를 제법 많은 구간에 투입해서 관광객과 현지인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이곳의 대중교통 요금은 상당히 저렴한 편이지만, 무료 버스를 운영한다는 것은 우리도 한번 검토해 볼만한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시원하게 2정류장을 씨티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1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