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홍콩,마카오,광저우('16.12)

홍콩, 마카오, 광저우 여행 15-10 (광저우 박물관, 오양석상) (2016.12)

남녘하늘 2018. 5. 21. 00:07


 여행자들이 월수공원을 찾는 이유 중에 하나는 광저우 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월수공원의 제일 높은 언덕 위상에 자리한 광저우 박물관은 붉은색 5층 건물이다. 성벽 위에 세워진 전하이러우(鎭海樓 : 진해루)라는 성루를 개축하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명나라 때인 1380년에 지어진 진해루는 여러 차례 보수하다가 1928년에 대대적 보수공사 때 철근 콘크리트를 혼용한 구조로 보강되었다고 한다. 월수공원 입장료는 받지 않았는데, 박물관의 입장료는 10위안을 받는다. 






 여행시 한 국가나 도시를 방문하면 박물관 구경을 빼 놓지 않고 다니는지라 광저우 박물관도 꼭 구경하고 싶었는데. 특히 광저우 박물관은 전망까지 좋은 곳에 있어서 박물관 구경이 아니더라도 한번 들어가 볼 만하다. 자칭 중국의 4대 누각이라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자 우리나라의 해치처럼 생긴 돌사자상이 반겨준다. 붉은색 정면의 모습이 박물관처럼 보이지 않는다.   





 박물관 안쪽으로 들어서니 광주역사전시관(廣州歷史陳列)이라는 글자가 정면으로 보인다. 입구 로비에 있는 전시물부터 살펴본다. 옛날 번성했던 중국 해상 교통의 관문인 광저우였기에, 고대 해상교통로를 표시한 지도를 볼 수 있었다. 옛 배를 재현한 전시물 앞에는 명나라 때 광저우에서 제조된 커다란 실물 닻이 전시되어 있다. 광저우의 상징인 오양석상의 축소 모형도 있다.   





 본격적인 전시장은 2층부터다. 첫 부분은 광저우 역사의 시작이었던 남월(南越, BC 203~BC 111) 시대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항아리나 그릇 같은 토기들 이외에도 흥미로운 토기들이 많다. 선사시대부터 초목이 무성하고 늪지대가 산재하고 강과  함께 바다를 면하고 있는 환경에서 광저우 2천년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설명이 중국말과 영어로 되어 있는데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 찬찬히 몇 개 읽다가 나중에는 그냥 소장품만 둘러 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3층에는 남조시대의 금불상이나 당나라 때의 도자기를 비롯해 원나라 때의 물시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송나라 때의 보도 블록도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4층은 더욱 근대와 가까운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동물의 뿔로 만든 명나라 때의 그릇과 크리스탈로 만든 불상도 흥미롭지만 휘황찬란한 청나라 때의 괘종시계는 오래도록 여행자의 발길을 잡아둔다. 서양의 기술을 도입하여 만든 시계 공예품도 눈길을 끈다. 생각보다는 전시 품목이 다양하고 많았다.  






 꼭대기층인 5층에는 중국 4대 명루라라고 하면서 진해루를 소개하는 공간이 있었다. 사진과 함께 진해루 외에 우한(武漢 :무한)의 황학루(黃鶴樓), 웨양(岳陽 :악양)의 악양루(岳陽樓), 그리고 난창(南昌 :남창)의 등왕각(王閣)이 합쳐서 4대 명루라고 해 놓았다. 내가 알기로는 진해루 대신에 연타이(烟台:연태)의 봉래각(蓬莱阁)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광저우에서는 봉래각 대신에 자신의 진해루를 넣은 듯 하다. 자긍심을 위해 이런 정도는 애교로 봐 주어도 될 것이다. 그만큼 자랑하고 싶은 유산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진해루 5층은 테라스가 있어서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옛날에는 여기서 광저우 전경과  주장(珠江)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건물에 가로 막혀 빌딩 숲만 쳐다 볼 수 있을 뿐이다. 월수 공원 제일 높은 곳에 있으니 공원의 숲도 내려다 보인다. 고층 건물이 숲처럼 둘러 쌓여 있어 광저우가 2천여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깊은 도시라는 것을 느끼기가 힘들다. 전망대에서 정원을 내려다 보니 아편전쟁 때 사용된 대포들이 진열되어 있고 맞은편에는 고대의 석비 수십 점이 세워져 있다.    






 박물관 전시품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5층 전망대에서 풍경을 내려다 보는 것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진해루는 명나라 주량 장군이 광저우성을 확장하면서 북쪽 월수산에 북성벽을 만들고 성루로 세운 누각이다.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중국 시인들이 이곳에 올라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시를 읊었다고 한다. 지금도 뛰어난 전망은 변함이 없다. 전망대 테라스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좌석도 마련되어 있어서 쉼 없이 걸었던 다리에게 휴식을 줄 수 있었다. 사람들 보는 시각이 비슷해서 박물관에 오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엄청 찍는다.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나와 박물관을 등지고 우측으로 뻗은 산책로는 중산기념비(中山記碑)로 가는 길이다. 신해혁명의 주인공인 손중산(孫中山, 1866-1925)은 중국에서 국부로 칭송 받는다. 그가 태어난 곳은 광저우가 속한 광둥성(廣東省)이다. 13세에 이미 하와이로 유학을 떠나 근대식 교육을 받았으며 광저우와 홍콩에서도 공부를 했다. 중국은 신해혁명을 통해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이 되었다. 특히 중산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원한 공으로 1968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되기도 했다. 박물관에서 내려 오면서 중산기념비에도 한번 가 보기로 한다.   




 중산기념비는 중국 전통양식과 근대양식이 접목된 화강암 건축물이다. 다시 언덕을 올라가야 하고 오양석상을 보러 가려면 되돌아 나와야 하는 코스여서 집사람과 제수씨는 입구에서 쉬고 있겠다고 해서 조카와 둘이서만 가 보았다. 외부에는 신해혁명과 관련된 인사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으며 내부는 계단을 통해 상층부로 올라갈 수 있다. 이곳의 전망도 진해루 못지않다. 월수공원 남문 맞은편에는 중산이 서거한 후 광저우 시민과 해외 화교들이 기금을 조성해서 세운 중산기념당(中山記念堂)이 자리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가 보지 못했다.  






 오양석상으로 가는 길은 내리막이다. 산책로 좌측에 보이는 성벽에는 이끼가 가득하ㅐ서 성벽의 연륜을 나타내고 있었다. 성벽을 지나 내리막을 걷다보면 우측에 주차공간을 만나고 다시 계단을 올라야 한다. 터벅터벅 계단을 오르다 보면 오양석상(五羊石像)의 머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계단 정상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입에 벼의 이삭을 물고 있는 우두머리 양 밑으로 4마리의 양이 젖을 먹거나 풀을 뜯는 모습이다. 1959년에 제작되어 역사는 매우 짧지만 광저우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며 이를 축소한 조각품은 광저우 최고 인기 기념품이다.






 전설에 의하면 다섯 명의 신선이 하늘에서 양을 타고 내려와 백성들의 어려움을 살펴보고 다섯 마리 양과 함께 벼이삭을 내려 보내주었다고 한다. 그 이삭을 키운 광주 사람들은 비로소 풍족하게 먹고 살 수 있게 되었우며, 오양석상(五羊石像)은 이런 전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석조물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엠블럼이 바로 오양석상을 형상화한 것이다. 워낙 현지인과 여행객이 많아서 사진 한장 찍기가 쉽지 않다. 다섯 마리가 모두 성체가 아니라 새끼들도 포함되어 있어 일가족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오양석상까지 구경을 하고 나서 웨슈궁위안(越秀公園:월수공원) 구경을 끝내고 다시 입장했던 입구로 되돌아간다. 공원에 있는 여러가지를 다 돌아 보려면 몇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오늘은 아쉽게 여기까지만 구경하기로 했다. 광저우에 와서 주강(珠江)을 한번 돌아 보고 가야 할 계획이다. 시간이 있으면 유명한 주강의 유람선까지 한번 타 보았으면 좋겠지만 오늘은 힘들 것 같다. 월수공원은 여행자들은 물론이고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곳이어서 공원에 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도심에 이렇게 큰 공원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웨슈궁위안(越秀公園:)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하이주광창(海珠廣場) 역에 도착했다. 주강을 구경하기 위해서 일부러 찾아 왔는데, 역에서 A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주강으로 갈 수 있다. 물결이 진주처럼 빛난다고 해서 주강(珠江)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주강에는 유람선도 다니고, 광저우탑도 볼 수 있다. 주강은 물이 맑지 않아서 낮에 와서 보는 것보다는 저녁에 와서 야경을 구경하는 편이 좋다고 해서 시간을 맞추었다. 이 근처에 잡화 악세사리로 유명한 시장도 있다고 들었다.   






 주강 강변을 걸어 보았어야 했는데 오늘로 아침부터 홍콩에서 출발해서 어려 곳을 돌아 다니느라 워낙 많이 걸어 다녔기 때문에 함께 하는 가족 생각을 해서 생각을 접었다. 해주교는 광저우 주강에 첫번째로 만든 다리라고 한다. 도착했을 때에는 그냥 철재 다리로만 보았는데 날이 어두워지면서 화려한 조명이 들어오니 그런대로 봐 줄만하다. 광저우는 중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 크게 볼거리가 있는 도시는 아니지만, 주강 야경은 그런대로 볼만했다.    







 하이주광창(海珠廣場)은 광장이라고 하지만 특별히 광장이라고 할만한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로터리를 중심으로 자그마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과거 이곳이 모두 광장으로 쓰였던 모양이다. 로터리 한가운데는 군인인지 노동자인지 동상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광장 옆에 있는 예쁘장한 카페에 들러서 차를 한잔 하면서 휴식을 취해 주었다. 오늘도 너무 많이 걸은 듯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싼위얀리(三元里)역 근처에서 신강인(위구르인 등 신강 지방에 사는 터키계 소수제민족)이 운영하는 식당을 발견했다. 회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부슬림이어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미 식사를 해서 이곳에서 팔고 있는 음식은 먹지 못했지만 내가 평소에 먹고 싶어했던 여러가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도 엄청나게 저렴했다. 우즈베키스탄에 갔을 때 먹어보았던 낭이라고 불렀던 빵을 팔고 있어서 몇개를 사와서 먹어 보았는데 역시 맛있다. 광저우에 있는 동안 한번 식당을 이용해 보아야겠다.   







(11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