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홍콩,마카오,광저우('16.12)

홍콩, 마카오, 광저우 여행 15-11 (인민공원, 육용사) (2016.12)

남녘하늘 2018. 5. 23. 00:47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숙소 주변 산책을 나갔다. 집사람에게 함께 나가자고 하니 피곤하다고 조금 쉬겠다고 해서 결국 혼자서 나간다. 조카가 함께 오지 않았으면 힘들어해도 함께 나왔을 터인데 남아 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냥 나왔다. 어제 웬징루(远景路)에 도착해서 주변을 돌아 보지도 못하고 바로 시내 구경을 해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 주변 상황이 궁금했다. 도시의 공기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어서 아침에 달리기를 할 상황은 아니었다. 한쪽으로 방향을 잡아 이동하니 웬징루 한국상업가라고 쓰여진 커다란 바위가 세워져 있다. 공식적으로 한인 거리임을 인정해 주고 있는 모양이다.    






 웬징루에서 조금 나오니 공항으로 이어지는 고속화 고가도로가 보인다. 도로를 굉장히 높게 만들어 놓았다. 고속화 도로 아래로는 일반 차로가 있었는데 아직 무단 횡단하는 사람이 많았다. 육교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돌아가기가 불편한 모양이다. 주변에 초등학교의 모습이 보인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 벌써 등교를 하고 있었다. 비교적 더운 지역에 있는 학교들은 등교 시간이 모두 빠른 듯하다. 중국에서도 작년까지 한족들은 아이를 한명밖에 낳지 못했기 때문에 자식에 대한 부모의 열성이 대단하다고 알고 있는데, 차틀 태워서 교문 근처까지 데려다 주는 부모가 엄청 많았다.   





 이 지역에 중국남방항공(China Southern Airlines) 본사 건물이 있었고, 남방항공과 관련된 건물이 밀집된 지역이었다. 중국남방항공은 중국 남부 지방을 대표하는 항공사로 중국국제항공과 중국동방항공과 함께 중국의 3대 항공회사(航空集团)다. 광저우에 본사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웬징루 근처에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건물 안쪽에 들어가 보았더니 아침 일찍 출근한 직원들이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열어 놓았다. 직원복지도 상당히 신경써서 잘하고 있었다. 직원 숫자가 1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상상이 가지 않는 규모다.   






 중국 남방항공 본사 건물 옆으로는 민항 광저우 유아원이 운영되고 있었다. 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유아원 원생들도 이렇게 아침 일찍 등교를 시키는 것도 생소해 보였는데, 남방항공에서 직원을 위해서 운영하는 유아원으로 보였다. 시설이 좋으니 주변에 있는 돈 있는 사람들도 좋은 유아원으로 생각해서 아이들을 보내는 듯하다. 아침부터 좋은 차가 엄청나게 와서 아이들을 실어 나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입구에서는 선생님들이 모든 학생의 손과 이를 검사해서 학교 안으로 들여 보내는 것도 특이했다. 매일 매일 위생검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주변에서 꽤 괜찮은 유아원으로 보였다. 







 한참을 더 걸어서 페이샹공원(飞翔公园)역에 도착했다. 웬징루에 있는 숙소를 올 때 이곳에서 내리거나 싼위얀리(三元里)역에서 이동하면 되는데 민박집 주인이 삼원리역에서 오는 편이 찾기 쉽다고 해서 삼원리역을 이용했었다. 페이샹공원역 근처는 아직 휑한 느낌이다. 역으로 이동하는 길에는 공터와 밭이 많이 보였고, 일반 도로도 아닌 그냥 허허벌판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그래도 역에 가보니 깨끗하게 잘 만들어 놓았다. 역 주변에도 간단한 식당 몇 개만 있고, 특별한 건물도 보이지 않았다.  






 아침 산책은 이곳 페이샹공원역까지만 와 보는 것으로 했다. 아침 산책 방향을 잘못 선택한 바람에 주변에 볼거리가 없는 페이샹공원역으로 와 버려서 더 멀리 가보기에는 돌아갈 일이 걱정되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또 시내에 나가야 하는데 혼자서 계속 돌아 다니면 가족들이 많이 기다릴 것 같아서 돌아가기로 한다. 아침에 부지런히 돌아 다닌 덕분에 주변 지역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숙소로 되돌아 와서 아침을 먹고 다시 시내 구경을 하기 위해서 집을 나왔다. 아침에 인민공원에 가기로 해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웬징루(远景路)에서 싼위얀리(三元里)역까지 가는 빵차를 탔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종점임에도 자리가 다 차 버린다. 저렴한 교통비에 차까지 자주 있어서 편하긴 하지만, 도로를 달리기에는 조금 위험한 운송 수단이었다고 생각된다. 현지인들은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타는 듯하다.  





 오늘은 광조우의 대표적인 공원인 런민공위엔(人民公园: 인민공원)을 찾았다. 런민공위엔(人民公园)은 광조우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궁위안첸(公园前)역에서 내리면 된다. 다른 공원에 비해 규모가 작고 조용한 편이어서 조용히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의 어느 도시에 가든 공원 이름은 다 비슷비슷하다. 인민공원과 중산공원은 거의 어느 도시나 예외 없이 있다고 보면 된다. 인민공원은 광저우에 첫번째 세워진 공원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아무튼 광저우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중국의 공원에 가보면 우리와는 다른 일상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활기차고 역동적이다. 우리는 체면치례를 중시해서 남들 앞에 서는 것을 부끄러워한 경향이 있는데 반해 중국인들은 자신의 역량을 남들에게 보이기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중국내 어느 공원을 가더라도 춤을 추는 모습과 취미 활동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춤도 삶의 활력소를 불어넣어 주는 대단히 유익한 운동인데 아직 우리에겐 익숙치 않다.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데, 중국에서는 누구나 또 아무곳에서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자 오락이다.







 청나라의 정부청사로 쓰던 건물. 현판에는 광저우 인민정부라고 쓰여 있는데 실제로 정부청사로 사용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냥 기념물로 놓아 두는 듯한 느낌이다. 원래 청나라 정부청사로 쓰던 부지를 손중산(孫中山)이 공원화하면서 광저우에서 첫번째 생긴 공원이 되었다. 1917년 젠청공위엔(建成公: 건성공원)으로 불렀으나 1926년에는 중잉공위엔(中英公:  중앙공원), 1966년에 런민공원(人民公)으로 개칭을 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국 공원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 드신 분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우리와 다르게 여러가지 활동을 하며 여가를 즐긴다. 바둑과 장기는 공원의 단골 메뉴다. 한쪽에서는 중국 전통 노래도 부르고 악기도 연주하고 있었다.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보기가 좋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공원이 많아지고 노인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인민공원에서 나와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위치에 있는 류룽스(六榕寺 :육용사)를 찾았다. 광저우 육용사는 1,500여년 전에 세워진 사찰이다. 매우 오래된 역사를 가진 만큼 오래된 불교 문물도 많이 있는 사찰인데, 문화재로 관리되는 유적지가 아니라 실제로 스님이 거주하고 사람들이 불공을 드리기 위해 찾는 절이다. 창건 이후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가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된 것은 경내에 있는 여섯 그루의 용나무(보리수나무) 때문이라고 한다. 원나라 때 유명한 문학가이면서 서예가이기도 했던 소동파가 이곳에 유람을 왔다가 절 안에 오래된 용 나무 6그루를 보고 육용(六榕)이란 글자를 새겼고, 그때부터 육용사라고 불리게 됐다고 한다.   






 육용사는 규모가 큰 사찰은 아니다. 하지만 경내에 들어서면 정면에 세워진 9층 높이의 불탑 때문에 유명한 절이다. 이 탑은 외관상으로는 9층이지만 내부는 17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8각형의 불탑으로, 청기와, 붉은 기둥, 하얀 벽이 조화를 이룬다. 광저우에서 가장 오래된 불탑으로 예전에는 탑 위에 올라가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 9층에서 바라보는 광저우 시내의 전망도 좋았을 것 같은데, 문화재인 화탑을 보호하기 위해 출입을 금지한 모양이다. 탑 앞에는 불 붙인 향을 두 손으로 들고 기도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육용사를 구경하러 다니는데 제당(齊堂)이라는 현판이 있는 곳에서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엇인가 궁금해서 가 보았더니 이곳에서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다. 중국 사찰에서 주는 공양을 한번 먹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점심 먹은지가 오래 되지 않아서 결국 절밥을 먹지는 못했다. 우리나라 절과는 달리 무료로 주는 것은 아닌 듯하고 약간의 비용을 내고 사 먹는 것 같았다. 미리 알았으면 점심을 이곳에서 한번 먹어 보았을 터인데 조금 아쉽다.     





 도심 속에 위치한 절인지라 사찰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고 절 마당도 넓지 않아서 웅장한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게 많이 있었다. 도심에 위치해 역사는 유구하지만 세속화 되어, 우리가 느끼는 불교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이고 거의 구복의 도량처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절 내의 육조당(六祖堂)에는 당나라시대 고승이며 선종의 6대 창시자인 혜능의 동상도 있다. 중국의 사찰은 우리나라보다도 더 많이 민속 신앙과 결부되어 있어서인지 관음불을 비롯해서 다양한 신을 모시고 있는 느낌이다. 내가 불교에 관해서 전문 지식이 부족해서 자세한 설명은 부족하다.   








 탑 동쪽으로는 미륵전, 천왕전, 위타전이 있으며, 탑의 서쪽으로는 장엄하면서도 화려한 대웅전이 있다. 청대 강희 2년(1663년)에 황동으로 주조한 삼존 대불상이 대웅전에 모셔져 있으며, 이 삼존대불상은 청동으로 만들어진 것으로는 광동성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불상이다. 육용사의 대웅전도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갈 수 있었고, 불상 앞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의 크기를 보면 이 왕동불상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머리 부분에 파란 색칠을 해 놓은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표현 방법인 듯하다.    






 용(榕)나무는 벵골 보리수나무라고도 하며 용수나무라고도 한다. 용나무는 줄기가 몸을 비틀 듯이 자라는 데 이 모습이 용이 솟아오르는 형상을 닮았다 해서 용나무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용나무가 따로 있는 것인줄 알았는데 육용사의 영어식 명칭이 Temple of the Six Banyan Trees로되어 있어서 용나무가 열대지방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반안트리 나무를 말하는 모양이다. 용나무는 수명이 대체로 길어 1000년 이상 된 것이 많다고 한다.   





 육용사 주변은 높은 불탑만 보이지 않는다면 너무 평범한 도심 속 주거지역에 있어서 사찰을 찾기 쉽지 않다. 물론 주변에 안내 표시가 잘 되어 있기는 하지만...  절 앞쪽으로는 몇 개의 불교용품을 판매하는 상가도 보여서 절이 근처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한 상점에 들어가서 이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향 중에서 비싼 향을 한통 사가지고 왔다. 육용사에서 나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광효사로 항햔다. 오늘은 많이 걷지 않으려고 했는데 다니다 보니 결국 많이 걷게 된다.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를 택시를 탈 수도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도 애매한 거리다.  









(12편에서 계속)